일반인에게 낯선 단어 중 하나가 entity다. entity를 흔히 ‘실체’라고 옮기곤 하는데, 철학에서 ‘실체’는 substance의 번역어로 쓴다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많다.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보통 실체는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entity는 무엇일까? 우선 어원부터 보자. entity는 라틴어 entitas에서 유래했고, 이건 다시 ens에서 왔다. 이 말은 그리스의 철학 용어 ‘토온(to on)'(‘있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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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March 2024
관찰과 느낌의 차이 (움베르토 마투라나를 읽기 위한 자세)
보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관찰하는 것은 관찰자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진술이다. 관찰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느낌이다. 또한 느낌은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포함한다. 따라서 느낌은 바깥에서 시작할지라도 안에서 완성된다. 종의 진화 과정에서, 또 개인 체험의 역사 속에서, 느낌은 바깥과 안의 ‘짝짓기(coupling)’의 결과다. 몸 바깥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얼마간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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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읽기의 특징
과학자들과 달리 철학자들은 ‘개념의 창조자’로서 나름의 철학적 문제와 지반(plan)에서 개념을 쓴다. 따라서 철학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철학자의 용어법을 먼저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다른 철학자의 개념은 항상 굴곡되어 재전유된다. 한 철학자의 글을 다른 철학자의 개념틀로 읽으려 하면 도무지 말도 안 되고 이해 불가하며 심지어 모순되기까지 하겠지만, 철학 읽기의 재미와 기술은 철학자들 사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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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고원》과 가브리엘 타르드
들뢰즈가 타르드를 처음 소개한 건 《차이와 반복》(1968)에서였지만, 미시사회학과 관련해서 본격적으로 논한 건 《천 개의 고원》(1980)에 와서다. 크게 두 군데서 타르드를 요약하고 의의를 평가하는데, 그 부분을 다시 번역했다. 원서 264쪽: 프랑스의 68년 5월은 분자적이었고, 거시정치의 관점에서는 그 조건은 더더욱 지각 불가능했다. 이리하여 가장 진보적인 혹은 조직의 관점에서 자신을 가장 진보적이라고 믿는 정치인들보다 아주 편협하거나 아주 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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