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혹은 “esse est percipi(존재는 지각된 것이다)”

숲에서 나무가 쓰러졌는데 소리를 들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나무는 소리를 낸 것일까? (If a tree falls in a forest and no one is around to hear it, does it make a sound?) 아일랜드의 철학자이자 성공회 주교인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 1685-1753)의 말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전거는 없다. 비슷한 구절로는 《인간 지식의 원리에 대한 논고(A Treati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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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는 이용법을 모르는 개인보다 돈 없는 개인을 먼저 밀쳐낸다

내용이 둘로 구분됩니다. 이론적 배경은 건너뛰고, 2절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1. 디지털 기술, 혹은 인공지능, 생산 도구냐 소비 도구냐? 디지털 기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정보의 유통에 있다. 흔히 경제의 세 축을 생산-유통(분배)-소비라고 할 때, 유통은 중간에, 즉 ‘매개(mediation)’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은 무엇보다 ‘미디어(medium, 매개자)’다. 디지털 기술 전에 발명된 대표적 미디어로 그림, 음성, 문자, 인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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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 설명] literacy (읽고 쓰는 능력, 읽기 쓰기 능력)

철학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아주 많이 쓰이는 literacy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겠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에 따르면 literacy는 ‘읽고 쓰는 능력(ability to read and write)’이라고 정의되며(1883년부터), literate에 명사 접미사 -cy를 붙여 형성되었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literate은 무슨 뜻인가? 그리스어 그라마티코스(grammatikos)를 모방해서 라틴어 리테라(littera/litera. ‘문자(alphabetic letter)’라는 뜻)에서 파생된 형용사 리테라투스(literatus/litteratus)에서 유래했다. 리테라투스는 ‘문자를 아는’이라는 뜻으로 이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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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 설명] agent (행위자)

요즘 agent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사용된다. 크게 두 맥락에서 사용되는데, 하나는 ‘인공지능’을 논의하는 맥락이고 다른 하나는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의 맥락이다. 첫째 맥락과 관련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논의를 이어갔다. 내가 튜링이 사용하지 않은 용어인 에이전트라는 말을 쓴 건, 생각하는 존재가 인간이건 기계건 상관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앞으로 에이전트라는 얼마간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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