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개념은 언제 써야 하나

철학 개념이 남용되는 글은 읽기 어렵다. 물론 내가 ‘남용’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이미 부정적인 선입견이 들어있긴 하다. 그렇긴 해도 그리 길지 않은 글(가령 신문 칼럼이나 페북 글)에 여러 개의 개념이 등장하면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는 건 물론이거니와, 글쓴이가 그렇게 한 이유를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독자에게 읽히자고 글을 쓴 건지, 자기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애쓰는 과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
Read More

정의와 법의 거리 좁히기 : 자크 데리다, 《법의 힘》 서평

‘정의’와 ‘법’이 충돌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정의’란 ‘올바름이 이루어진 상태’를 가리킨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언급할 일이 있겠지만,) 여기서 ‘올바름’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요? 그 문제는 잠깐 보류하고, 일단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올바른 상태’를 전제하겠습니다. 자, 이번엔 ‘법’을 보지요. ‘법’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따라야 할 규칙’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상당히 넓고 느슨한 의미로 이해하는 편이 좋겠네요. …
Read More

‘문제’ 중심으로 타인의 개념을 이해하기

학자들이 어떤 개념이나 용어를 쓸 때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선호가 존재한다. 따라서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시대를 살더라도, 같은 단어가 학자마다 뜻하는 바가 다를 수도 있고 다른 단어가 거의 비슷한 뜻을 가질 수도 있다. 가령 들뢰즈의 ‘차이’와 데리다의 ‘차이’는 둘 다 프랑스어로 differénce이지만 전혀 다른 뜻이다. 과감하게 단순화하면, 들뢰즈에게는 ‘시간 속에서의 생산’이라는 뜻인 반면, 데리다에게는 ‘동일성(identité)’과 …
Read More

오늘날 시를 쓰는 사람은

현대시는 갈수록 난해해지고 있습니다.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그리 한다 합니다. 이게 과연 올바른 길일까요? 몇 자 단상을 적어 봅니다. 오늘날 시를 쓰는 사람은 자신의 사고와 직관 능력에서 산문적 치열함의 결핍을 숨기기 위해 시로 위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오늘날 시는 음악과 분리되어 과거의 운문이 지녔던 힘을 상실했으며, 단지 종이 위에 끄적인 산문의 조각에 불과한 것으로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