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시를 쓰는 사람은

현대시는 갈수록 난해해지고 있습니다.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그리 한다 합니다. 이게 과연 올바른 길일까요? 몇 자 단상을 적어 봅니다.


오늘날 시를 쓰는 사람은 자신의 사고와 직관 능력에서 산문적 치열함의 결핍을 숨기기 위해 시로 위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오늘날 시는 음악과 분리되어 과거의 운문이 지녔던 힘을 상실했으며, 단지 종이 위에 끄적인 산문의 조각에 불과한 것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가 아니라 아포리즘일 것이며, 행갈이를 한 산문에 불과할 것이다.

과연 음악과 분리된 시정신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리듬을 잃어버린 시가 여전히 시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침묵 속에서 쓰고 읽히는 시는 시가 아닐 터. 시인이 이제 맞부딛혀야 할 상대는 과거의 시인이 아니라 차라리 고금의 산문일 것이다. 이를 통해 여전히 살아 있는 리듬을 찾아내고 발명해야 하리라.

이른바 오늘날의 시인은 자기 식의 산문 형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산문 형식을 창조하는 능력의 결핍을 숨기기 위해 미완의 산문인 침묵의 시로 도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18.03. 마지막 수정)

3 thoughts on “오늘날 시를 쓰는 사람은

  1. 선생님. 제가 시를 그리 잘 안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시를 많이 좋아했던지라 선생님이 쓰신 이 글을 관심있게 여러번 읽고 있어요. 혹시 선생님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시, 문제가 되는 시의 예시를 볼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

    1. 안녕하세요. 제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 시를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걸 굳이 찾아서 읽을 이유도 없는 것 같고요. 오규원 선생님이 쓰신 <현대시작법>을 혹시 안 보셨으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말씀하신대로 문제의 시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오규원 선생님의 주문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시를 좋아하실까 언제 한번 선생님 추천 시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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