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대 혹은 현대 문명의 바탕인 ‘몸과 마음의 이원론’, 혹은 ‘자연과 인간의 분리’를 데카르트가 주장했고, 그래서 데카르트는 오늘날 벌어지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악마화하는 모든 사조를 비웃는다. 어떤 사조인지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으나, 내 최근 발언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는 이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2017)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아래는 125쪽). 이 책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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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들뢰즈
들뢰즈의 《시네마》와 나
내가 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을 본격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2015년 초였다. 나는 2013년 2월에 늦깎이 박사를 받고 , 2014년까지 6편의 KCI급 논문을 출판했다. 2014년 12월에는 《안티 오이디푸스》 번역을 출판했고. 그러나 이 시도는 실현되지 못했다. 시골 생활에 서울까지 오가는 강의는 너무 많았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작은 책(2015.08)과 들뢰즈 해설서(《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들뢰즈 철학 입문》, 2016.06)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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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도 지각할 수 있을까?
사물도 지각할 수 있을까? 생물이 지각한다는 건 명백하다. 지각은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뽑아내는 활동이다. 야콥 폰 윅스퀼이 잘 보여줬듯, 생물은 ‘둘레세계(Umwelt)’ 속에서 살아간다. 둘레세계는 이른바 객관적인 세계인 ‘환경(Umgebung)’ 중에서 뽑아낸 그 생물에게만 특유한 세계를 가리킨다. 여기서 생물은 보통 ‘종’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개체 간 차이를 배제하지 않지만, 대체로 종(혹은 개체군) 수준의 공통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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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은 영화/영화사 연구가 아니다
“이 연구는 영화의 역사가 아니다. 이 연구는 분류학(taxonomie), 즉 이미지들과 기호들을 분류하려는 시도다.”(《시네마1: 운동-이미지》, 1983, 원서 7쪽) 사람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지만, 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은 사실 ‘영화’를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 영화는 소재일 뿐, 실제 다루려고 하는 건 서양 철학의 가장 큰 주제 중 하나인 주객(subject-object)의 문제, 마음의 본성, 이미지의 본질, 뇌, 이런 것들이다. 영화는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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