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습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AI 시대에 습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은 2025년 1월 7일 ‘2025년 직업의 미래 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 2025)’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2개 산업 클러스터와 55개 경제권에 걸쳐 1,400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1,000개 이상의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특히 2030년의 핵심 역량 예측에 언급된 ‘핵심 밖 역량'(Out of focus skills), 즉 ‘현재 덜 필수적이며 사용 증가 예상 안 됨’에 열거된 역량들이 흥미롭다. 여기에는 덜 중요하다고 분류된 것부터 열거하면 다음과 같은 역량이 포함된다.

– 수작업 능력, 지구력 및 정밀성
– 읽기, 쓰기 및 수학
– 신뢰성 및 세부사항 주의
– 감각 처리 능력
– 다국어 능력
– 글로벌 시민의식
– 품질 관리
– 마케팅 및 미디어
– 프로그래밍
– 교육 및 멘토링

나는 이 분류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가장 저평가된 역량들이 대체로 가장 중요하면서도 앞으로도 지속될 역량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설문에 언급된 26개의 역량 분류부터가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일단 분류가 나열식이어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역량의 경중, 즉 어떤 역량이 토대에 있고 어떤 역량이 파생적인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주춧돌이 돼는 역량, 기둥이 되는 역량이 있을 것이고, 주춧돌과 기둥이 있어야만 비로소 의미가 있는 역량이 있을 것이다. 역량 분류 표(WEF’s Global Skills Taxonomy)는 세계경제포럼이 만든 것이고, 고용주들은 여기에 맞춰 답했을 터이니, 문제는 고용주보다 세계경제포럼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거의 최하위 급으로 분류된 ‘읽기, 쓰기 및 수학’을 보자. 이 역량은 OECD가 중요한 역량으로 분류한 ‘언어력(literacy)’과 ‘수리력(numeracy)’에 해당한다(OECD 2004, Do Adults Have the Skills They Need to Thrive in a Changing World? Survey of Adult Skills 2023). 전에 이 보고서를 분석한 바 있으니, 내용을 참고하면 좋다.

다시 요약하면, 이런 능력은 일자리 유지, 공적 생활 참여, 현실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과 관련되며, 기본 수준에서는 약 포장지의 경고를 이해하거나 방을 덮는 데 필요한 장판의 수를 아는 데 도움이 되고, 고급 수준에서는 인기 시사 잡지에서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종류의 분석과 차트를 통해 얼마나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나아가 이 능력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행복 및 건강과도 관련되며,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남을 더 의심하고, 정치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특히 한국은 성인 언어력과 수리력이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수 성인이 세상을 읽는 능력이 10살 아이 수준이며 공적 생활을 이어갈 능력이 되지 않는다.

‘읽기, 쓰기 및 수학’은 얼마나 중요한 역량일까? 민주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임은 물론 2030년의 핵심 역량으로 열거된 ‘기술 언어력, 창의적 사고,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 동기부여와 자기인식, 호기심과 평생교육, 동감과 능동적 경청’ 같은 역량의 바탕임을 알 수 있다. 후자는 전자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런 점에서 ‘현재 덜 필수적이며 사용 증가 예상 안 됨’이라는 규정은 마차 뒤에 말을 맨 것처럼 잘못되었다.

세계경제포럼은 인간에 대해서도, 역량과 교육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흔히 돈 많은 부자들의 놀이터라고 괜히 놀림 받는 것이 아니다. AI시대에 규준을 새로 세워야 하는데, 이런 모임에서 제공한 전망을 따라잡으려 뒷북이나 치는 모양새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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