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아주 많이 쓰이는 literacy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겠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에 따르면 literacy는 ‘읽고 쓰는 능력(ability to read and write)’이라고 정의되며(1883년부터), literate에 명사 접미사 -cy를 붙여 형성되었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literate은 무슨 뜻인가? 그리스어 그라마티코스(grammatikos)를 모방해서 라틴어 리테라(littera/litera. ‘문자(alphabetic letter)’라는 뜻)에서 파생된 형용사 리테라투스(literatus/litteratus)에서 유래했다. 리테라투스는 ‘문자를 아는’이라는 뜻으로 이로부터 ‘학식 있는, 배운’이라는 의미까지 확장되었다. literate이 쓰인 것은 15세기 초부터다. 흥미로운 것은 literate에 부정 접두사 in-이 붙은 illiterate도 같은 시기에 쓰였다는 점이다. 이 말 역시 라틴어 illiteratus(읽고 쓰지 못하는, 못 배운, 무식한, 교양 없는)에서 왔다. 이를 종합하면, 적어도 영어에서는 15세기 초반부터 ‘읽기 쓰기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퍼져 있었다고 추정된다.
한국어에서는 그동안 ‘문식성(文識性)’, ‘문해력(文解力)’, 혹은 그냥 ‘리터러시’라고 번역되어 왔다. 한 언어학자는 그냥 ‘독해력’이라고 옮겨도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letter가 문어(文語), 즉 글로 쓰인 언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좁은 의미의 literacy에는 듣기와 말하기가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많은 연구에 따르면 읽기와 쓰기는 반드시 듣기와 말하기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럴수록 듣기와 말하기가 자연적 능력인 데 반해 읽기과 쓰기가 학습된 능력이라는 점을 변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읽고 쓰는 능력‘ 혹은 ‘읽기 쓰기 능력‘, 즉 ‘문자력’으로 옮기면 적절하다고 본다.
이런 내용은 특히 OECD의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내린 정의와 직결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나는 앞으로 ‘읽고 쓰는 능력’ 혹은 ‘읽기 쓰기 능력’인 ‘문자력’을 literacy의 번역어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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