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색을 이해하고 구별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색을 이해하고 구별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직관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색을 모른다. 색(color)이란 무엇일까? 눈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를 뇌에서 처리한 결과다. 따라서 전적으로 주관적인(뇌 안에만 존재하는) 현상이다. 같은 종은 대개 같은 주관적 결과를 얻기 때문에, 종끼리는 간주관적(intersubjective) 수준에서 색에 대한 공통감(common sense)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색에 대해 대화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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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과타리의 ‘phylum(문)’ 개념, 또는 ‘기계문’

들뢰즈·과타리가 《천 개의 고원》(1980)에서 사용하는 까다로운 개념 중 하나가 phylum이다. 이 말은 용법이 아주 제한되어 있는데, 무엇인고 하니 생물 분류에서 ‘문(門)‘이다. 분류의 역사와 기준에 따라 이견이 있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문에는 ‘동물’과 ‘식물’이 속한다. 즉, 문은 ‘동물문’과 ‘식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들뢰즈·과타리는 문에 ‘기계문(un phylum machinique; a machinc phylum; ein Maschinen-Phylum)’을 추가한다. 때로는 ‘기계문’을 ‘문’으로 지칭하기도 한다(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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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right)를 주장하면서 ‘옳음’(right)을 외면하는 건 부당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옳음’을 외면하면서 ‘권리’를 주장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그런데 도대체 권리란 무엇인가? 그 말은 right의 번역어다(네덜란드어 recht). right는 일차적으로 ‘옳음’을 뜻한다. 이 말이 메이지 일본을 통해 수입되고 번역될 때, 지식인들은 많은 고통과 혼란을 겪었다. 일본 사회에 그 낱말에 해당하는 현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1879년, 후쿠자와 유키치는 고민 끝에 ‘통의(通義)’라는 번역어를 택했지만, 이 말이 “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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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가 균형감각을 견지하려는 게 옳은 걸까?

일반적으로 어떤 사상가를 연구하는 까닭은, 우선은 그로부터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흥미로운 생각을 얼마나 많이 제공하느냐에 따라 특정 사상가의 ‘크기’가 규정된다. 이를 사상 영역에서의 자연선택이라 하겠다. 인간에게는 그런 사상가 풀이 있고, 여기에 흔히 고전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고전의 풀에 흘러든 사상가는 수가 많은데,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 어떤 위계를 매길 수 있을까? 한 사상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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