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색을 이해하고 구별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직관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색을 모른다.
색(color)이란 무엇일까? 눈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를 뇌에서 처리한 결과다. 따라서 전적으로 주관적인(뇌 안에만 존재하는) 현상이다. 같은 종은 대개 같은 주관적 결과를 얻기 때문에, 종끼리는 간주관적(intersubjective) 수준에서 색에 대한 공통감(common sense)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색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위의 그림1의 딸기를 보았을 때, 빨간 색 딸기를 ‘느끼는’ 것이 이를 확인시켜 준다. 실제로 이 그림에는 빨간색 픽셀이 없다(확대해서 보면 알 수 있음). 한편 같은 종이더라도 여러 이유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아래의 그림2에서 빨간 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림 안쪽의 숫자를 읽지 못한다.
다른 종끼리는 어떨까? 다음 그림3을 보면, 같은 대상에 대해 종마다 다른 색을 느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종 내의 차이보다 종 간 차이가 크다는 건 분명하다.
종마다 다른 지각 결과물을 갖고 있다는 점은 에스토니아의 생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이 잘 보여준 다 있다. 윅스퀼은 이것을 ‘둘레세계(Umwelt)’라고 명명했는데(um = around, Welt = world), 영어로는 Umwelt라는 말을 그냥 가져다 쓰거나 subjective world로 옮기곤 한다. 윅스퀼은 ‘지각’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위의 그림3를 보면) 아마 색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가 성립할 것 같다.
빛(light)은 전자기파다. 빛은 파장에 따른 구별이기 때문에 객관적 현상이다. 이중 인간이 볼 수 있는 영역대가 ‘가시광선’이다. 파장이 긴 빨강 바깥쪽이 적외선이고, 파장이 짧은 보라 바깥쪽이 자외선이다. 다른 종의 동물은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다. 위의 그림3과 아래의 그림4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림4의 왼쪽은 가시광선이고 오른쪽은 자외선 필름으로 찍은 것으로, 벌이나 나비가 보는 영상이다.
인공지능은 빛을 구별한다고 보인다. 인공지능은 파장에 따른 정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에는 접근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인간의 색 감각에 대한 일정하게 정보를 많이 주면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색에 대한 묘사.
하지만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 불과한 인공지능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인 인간의 감각을 따라잡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지 않을까? 예술가가 창작하는 일은 바로 ‘감각의 창조’이니 말이다.
(1년 전에 쓴 글을 약간 다듬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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