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도 지각할 수 있을까? 생물이 지각한다는 건 명백하다. 지각은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뽑아내는 활동이다. 야콥 폰 윅스퀼이 잘 보여줬듯, 생물은 ‘둘레세계(Umwelt)’ 속에서 살아간다. 둘레세계는 이른바 객관적인 세계인 ‘환경(Umgebung)’ 중에서 뽑아낸 그 생물에게만 특유한 세계를 가리킨다. 여기서 생물은 보통 ‘종’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개체 간 차이를 배제하지 않지만, 대체로 종(혹은 개체군) 수준의 공통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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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February 2024
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은 영화/영화사 연구가 아니다
“이 연구는 영화의 역사가 아니다. 이 연구는 분류학(taxonomie), 즉 이미지들과 기호들을 분류하려는 시도다.”(《시네마1: 운동-이미지》, 1983, 원서 7쪽) 사람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지만, 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은 사실 ‘영화’를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 영화는 소재일 뿐, 실제 다루려고 하는 건 서양 철학의 가장 큰 주제 중 하나인 주객(subject-object)의 문제, 마음의 본성, 이미지의 본질, 뇌, 이런 것들이다. 영화는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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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대적 고찰 2개
기운이 나지 않는 주말이다. 몇 가지 상념을 푸념 삼아 적는다. 1. 가장 반항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할 대학이 어쩌다 이토록 순응의 중심이 된 것인가? 어떤 미끼가 총장 이하 교수, 직원, 학생을 모조리 길들이고야 말았는가? ‘돈’이라고 푸념 섞어 답할 수는 있겠지만, 입학 자격증 혹은 졸업장과 순응 외에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길러주는지 묻지 않는 시절이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른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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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인문학 논문을 쓴다는 것의 의미 : 번역을 업적으로 존중하라
나는 현재 한국의 학계(있는지 없는지 존재감도 없다는 점에서 이미 망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서로의 글을 읽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누차 지적해 왔다. 이 문제의 근원에는 한국연구재단(구, 학술진흥재단)이 주도하고 있는 ‘학술 등재지'(KCI) 제도가 있다. 등재지 제도는 학술 업적의 질적 평가에 대한 학계의 무능력과 상호 의심을 숨기고자 마련한 양적 평가의 잣대이다. 하지만 연구자 상호 심사(Peer Review)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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