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 나지 않는 주말이다. 몇 가지 상념을 푸념 삼아 적는다.
1. 가장 반항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할 대학이 어쩌다 이토록 순응의 중심이 된 것인가? 어떤 미끼가 총장 이하 교수, 직원, 학생을 모조리 길들이고야 말았는가? ‘돈’이라고 푸념 섞어 답할 수는 있겠지만, 입학 자격증 혹은 졸업장과 순응 외에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길러주는지 묻지 않는 시절이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른바 86세대는 현재 대한민국 권력의 주요 지점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아래 세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욕도 왕창 먹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세대가 누리는 권력은 스스로 싸워 쟁취한 것들이다. 싸워서 얻는 것을 거저 나눠주는 일은 역사 이래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아쉬우면 싸워 가져가라. 그런데 저 순응의 무리가 과연 그럴 힘이 있을까? 의지는? 86 세대의 권력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2. 인공지능 개발과 운용의 핵심 부품인 엔비디아 H100의 1대 가격은 5천만 원에서 1억 을 오간다. 메타는 2024년에만 H100을 35만 개 구입한다고 밝혔다. 가장 싸게 구입해도 약 12조 원이 든다. 누적 총 60만개가 목표다. 총 20조~30조원 이상이다. 이건 메타에만 한정되고, 오픈AI나 알파벳 등 다른 회사도 사정은 유사할 것이다. 적게 잡아 회사당 20조원이 든다 치면, 이들 3개 회사가 H100을 구입하는 데만 60조원이 든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2023년 영업이익은 6조 5,400억원이다. 2023년에 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건 핑계. 다른 기업들은 성장했으니까. 요점은, 삼성전자가 한 해 버는 돈의 8~9배를 써서 만든 게 (고작) 챗GPT, 제미니, 소라 같은 것들이라는 점이다. 과연 돈값을 하는 걸까? 아니면 부자 돈지랄, 아니, 돈낭비일까? 이 규모의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열거하는 건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는 현재의 인공지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기는커녕 근대 자본주의의 패악의 정점이다. 무엇보다 ‘책임’이 결여되어 있다. 참고로, 한국 인문사회 R&D 규모는 4220억원이다. 인문, 사회, 경제, 경영, 법, 예술 다 통틀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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