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다른 인문사회과학 분과도 포함해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습관적 사고’다. 습관적 사고가 뭘까? 더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기왕의 ‘틀’을 마구 적용하는 사고다. 끼워맞추기, 혹은 생각에서의 프로크루스테스. 그러나 이론이란 결국 틀을 찾아내고/만들고 그걸 적용하는 일 아니냐는 반문이 제기된다. 맞다, 보편성을 갖지 못하면 이론으로선 실패다. 하지만 보편성을 얻는다는 핑계로 ‘구체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이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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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February 2024
베르그손, 혹은 몸과 마음의 이원론 문제
나는 근대 혹은 현대 문명의 바탕인 ‘몸과 마음의 이원론’, 혹은 ‘자연과 인간의 분리’를 데카르트가 주장했고, 그래서 데카르트는 오늘날 벌어지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악마화하는 모든 사조를 비웃는다. 어떤 사조인지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으나, 내 최근 발언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는 이미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2017)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아래는 125쪽). 이 책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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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양철학사 책은 어떤 걸까?
명색이 서양철학을 공부했고 또 가르치고 있는 처지라서 그런지 적당한 서양철학사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가끔 받는다. 지금 생각에는 교양 시민이 서양철학을 꼭 공부해야 하는지 회의적일 때도 많다. 아무리 공부해도 도무지 알아먹기 어렵기 때문에 선뜻 철학 공부를 권하기도 마땅치 않다. 생각의 훈련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고, 굳이 그걸 저 어려운 분과학문인 ‘철학’을 통해 해야겠느냐는 데 대한 의구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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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시네마》와 나
내가 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을 본격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2015년 초였다. 나는 2013년 2월에 늦깎이 박사를 받고 , 2014년까지 6편의 KCI급 논문을 출판했다. 2014년 12월에는 《안티 오이디푸스》 번역을 출판했고. 그러나 이 시도는 실현되지 못했다. 시골 생활에 서울까지 오가는 강의는 너무 많았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작은 책(2015.08)과 들뢰즈 해설서(《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들뢰즈 철학 입문》, 2016.06)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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