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용어 설명] 인물(person) [‘인칭’이 아님]

정신분석 이후의 현대철학에서 person(프: personne, 독: Person)과 그에 대응하는 말들(personal, personality etc.)은 ‘인물’로 옮겨야 한다. ‘인칭’이 아니다. person은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서 유래했고, 현대어에도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이 말은 원래 고대 (로마) 극에서 배우가 머리 전체에 뒤집어 썼던, 나무나 진흙으로 된 가면을 가리킨다. 물론 유래는 그리스 극으로 거슬러간다(얼굴이라는 뜻의 ‘프로소폰(prosopon). [그림은 2세기 로마 모자이크에 새겨진 페르소나.] 당연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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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 구체성의 사고로

1. 소칼의 “포스트모더니즘” 비판 벌써 오래 전 일이다. 과학사를 공부하는 한 선배가 영어 논문 하나를 내밀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제목은 〈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위하여(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 대충 훑어보니, 흔한 사이비 논문이었다. 제대로 이해도 못한 상태로 과학과 철학의 담론들을 묽게 희석해서 만든 “아메리칸 스타일”의 논문. “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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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의 지도 그리기 (20세기 중후반을 중심으로)

1. 출발점으로서의 마르크스와 니체 현대 철학이라 하면 아무래도 마르크스와 니체 이후의 철학적 활동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나는 아무래도 철학사가일 수는 없고 현대 철학 활동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객관적 입장에 서기보다는 나 자신의 철학적 시각에서 서술하게 된다. 실은 애써 객관+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거나 다수가 합의하는 내용만을 말하려는 것조차 하나의 특정한 견해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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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식하는가? 칸트의 경우

칸트에게 가장 중요했던 문제는 ‘인식’의 정당화였다. 가령 《순수이성비판》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의 모든 인식이 경험과 더불어 시작된다는 것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그러므로 시간상 우리의 어떠한 인식도 경험에 선행하는 것은 없고, 오직 경험과 더불어 모든 인식은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인식이 경험과 더불어 시작된다 해서, 바로 그렇기에 그것 모두가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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