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과타리의 ‘전쟁 기계’의 의미

학술대회 발표 준비차, 간만에 들뢰즈·과타리의 《천 개의 고원 》의 몇 대목을 읽었다. ‘리토르넬로’ 고원과 ‘결론’. 특히 결론에서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과 함께, 《천 개의 고원 》을 꼼꼼히 통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20년 넘게 부분독만 했으니 몸과 머리가 더 굳기 전에 통독이 필요하긴 하다. 첫째 발견. 영어본에서 conjunction이 conjonction의 번역어이면서 동시에 conjugaison의 번역어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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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 설명] posit, position, positive (정립)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용어 중 하나가 posit, position, positive 계열의 용어다. 이 용어도 어원을 살펴보면, 라틴어 ‘포네레'(ponere ‘놓다’)의 과거분사인 ‘포지투스(positus)’에서 유래했다. posit는 동사, position은 명사, positive는 형용사다. 이 용어들은 기본적으로 ‘놓다, 둔다'(put, place) 같은 뜻에 기초한다. 그래서 posit는 철학적으로는 ‘정립한다’고 이해하면 가장 좋다. 명사 position은 그러니까 ‘정립’이다. 여기서 파생해서 ‘입장’을 뜻한다. 내가 내놓은 생각이라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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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불교

많은 한국인이 니체와 불교의 유사성을 언급한다. 나는 이런 식의 ‘유사성’ 언급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꼭 필요한 논증과 설명이 생략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냥 ‘느낌상’ 그렇다는 걸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아래에 니체와 불교의 관계에 대한 두 개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니체가 부처와 불교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얻은 것은 조금 더 후인 1884년 무렵으로 생각된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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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권력의 문제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검둥이도 글을 알면 버릇이 없어진다. 지금 저 검둥이에게 글을 가르치면 마음대로 부릴 수가 없다. 당장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그런 노예는 주인에게 쓸모가 없다. 노예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만족을 못하니 불행해진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러스(1818~1895)의 증언이다. 자고로 글은 권력이었고, 지배자는 노예에게 글을 금지했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 즉 ‘문해력’은 일차적으로 권력의 문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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