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라디오 김선재의 책하고 놀자 – AI 빅뱅 (김재인 교수 인터뷰)
Q: 교수님 요새 챗GPT가 엄청 핫하잖아요. 모두가 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는 그럼 어떤 분야에서 어떤 관점으로 인공지능을 얘기를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A: 제가 철학적인 입장에서 인공지능을 계속 다뤄왔고요. 지금도 관찰하고 있습니다. 아마 기술적인 테크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들하고는 좀 다를 것 같아요. 저는 다른 것보다도 일단 인공지능의 원리를 주목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원리를 알면 인공지능이 잘할 수 있는 거 또 못하는 거 이런 것들을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앞으로의 전망을 할 수 있게 되고요. 또 하나는 인공지능이 인간하고 대결한다고 많이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인간이 뭔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이런 것들을 돌아보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Q: 교수님께서 예전에 저희 책하고 놀자 해서 인공지능도 얘기를 해 주셨는데 다시 이렇게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A: 그 당시에는 알파고의 충격에 맞서서 철학자로서 응대해야겠다. 한 7년 돼 가네요. 근데 지금은 좀 전에 말씀하신 챗GPT 같은 생성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잖아요. 그래서 또 한 번 대결하러 나왔습니다.
Q: 저는 ‘생성 인공지능’ 이 단어도 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생성 인공지능은 그럼 앞에 있던 인공지능이랑 어떻게 좀 다른 건가요?
A: 앞에 있던 인공지능은 잘했던 게 인식, 가령 글자 인식, 이미지 인식, 이런 것들을 잘 했고, 분류도 꽤 잘했습니다. 그리고 예측도 잘했고요. 네비게이션은 예측 인공지능이거든요. 근데 요즘 생성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뭔가를 생성해 내요. 예를 들면 문장, 영상, 이미지, 코드, 이런 것들을 만들기 때문에 생성 인공지능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Q: 언뜻 듣기에도 정말 인간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럼 어떤 좀 변화들이 그동안 있었던 걸까요?
A: 아무래도 인터페이스, 즉 사용자가 어떻게 그 인공지능과 만나느냐 이 부분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생성 인공지능이 등장한 게 꽤 됐습니다. 근데 실질적으로는 작년에 미드저니라는 그림 생성 인공지능, 그다음에 다들 잘 아시는 챗GPT라는 문장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이런 것들은 우리가 직접 사용을 해보니까 놀라게 되는 거죠. 가령 알파고의 경우에는 차이가 뭐냐 하면, 바둑 둘 줄 아는 사람만 충격을 받았어요. 다른 분들에겐 다 소문에 불과했죠. 네 근데 이번엔 달라요. 접속해서 폰이건 PC건 써보니까 바로 그림 튀어나와요. 그렇게 실감하게 되니까 진짜 충격이 있었다, 그 차이가 되게 크다, 결정적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Q: 그럼 교수님께도 그게 큰 충격이었나요? 어땠나요?
A: 사실 이번에 충격은 좀 적었어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글과 그림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한 건 몇 년 됐거든요. 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약간 충격이 있긴 있었는데, 품질이 그렇게 좋지가 않았어요. 그런 점에서 조금씩 애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거 비슷하게 봤기 때문에, 막상 이번 충격이 일반인들에게 다가온 그런 충격하고는 좀 달랐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저는 결과물만 봤을 때는 챗GPT가 막 방송 대본도 쓰고 막 이러잖아요. 어떻게 보면 저보다 좀 나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드는데,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 그럼 인공지능이 만든 거랑 인간이 만든 게 큰 차이가 없는 거 아닌가요?
A: 세밀하게 보면 차이가 납니다. 사람마다 조금 전문적인 영역들이 다 있잖아요. 그 입장에서 봤을 땐 조금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어요. 근데 자기 전문 분야 아닌 영역 있잖아요. 거기에서는 뭔가 엄청난 걸 해낸 것 같아요. 근데 그 차이가 굉장히 결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좀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방송 대본이나 약간 짧은 소설, 기사도 그렇고, 썼다고 봐요. 근데 가만히 뚫어지게 들여다보면 약간 모자라요. 한 끗이 부족해요. 그러니까 얘는 주로 기존에 많이 있던 거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평균적이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의 것들을 많이 줘요. 그러니까 막상 소설이나 기사나 창작 영역에서는 그전에 없던 한 끗을 보태는 게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게 어떤 임팩트도 있는 거고요. 막상 그런 걸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아요.
Q: 근데 교수님께서는 책을 읽어보니까 결국 인공지능이 발전을 해도 인간만의 예술의 영역이 있을 거라고 보시는 입장인 것 같은데, 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그런 가능성이 있을까요?
A: 저는 대부분의 영역이 다 관련될 것 같은데. 뭐냐 하면 자기가 책임지고 결과물을 남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있어요. 가령 부장님께 보고서를 제출한다든지 아니면 선생님이나 교수님한테 레포트 제출한다든지, 그랬을 때 생성 결과물을 결국 자기가 평가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이게 괜찮구나, 평균 이상이구나, 아니면 굉장히 품질이 좋구나, 이걸 자기가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런 평가를 하고 나서 남에게 보여줍니다. 근데 생성 인공지능은 그냥 무작위예요. 되는 대로 내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이 천차만별이고요. 평균 언저리에서 맴도는 거죠. 그런 점에서 뭔가 획을 긋는 그런 창작이 게 나올 수는 없다고 봅니다.
Q: 근데 그럼 인간에게 남은 건 평가하는 것만 남는 거 아닌가요?
A: 근데 평가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인간의 자존심하고도 관련되는데요. 왜냐하면 선악이라든지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더 고귀한 것과 저열한 것 이런 것들을 구별하는 게 아마 다른 동물은 어려울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평가를 굉장히 오래전부터 인간의 고유한 특징 또는 장점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평가 능력은 대단하게 취급될 텐데요. 예를 들면 돌덩어리에 불과한 걸 우리는 보석이라고 평가를 부여해요. 그다음에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거죠. 이런 종류의 활동을 누가 하는가 보면, 인간의 최후의 보루라고 얘기해도 별로 불만이 없을 겁니다.
Q: 네 그렇다면 근데 엄청나게 더 발전을 하면 지금보다 그런 것마저도 그러면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까, 또 이런 시스템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도 들긴 드는데.
A: 많이 걱정들 하시는데, 제가 볼 때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인간이 발견하거나 발명한 새로운 것들, 더 이쁘고 더 멋지고 더 훌륭한 것들을 먹이 삼아 훈련합니다. 인공지능 스스로는 평균 근처에 머물러요. 따라서 뭔가 한 걸음 더 나아간 거를 하는 능력 자체가 없다. 모아온 거를 평균 내서 그걸 생산물로 결과물로 내보낸다. 이 정도 능력밖에 없다. 아직까지 그런 것뿐 아니라 앞으로도 뭔가 새로운 걸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Q: 아까 교수님께서 철학의 관점으로 이걸 바라보고 계셨다고 하잖아요. 근데 다른 분야에 그럼 계신 분들도 교수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지 아니면 좀 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들도 있으신가요?
A: 기술 또는 비즈니스 하는 분들은 원래 약간 과장해요. 그래야 투자도 받고 주가도 올리고 아니면 자기 회사의 명성 같은 걸 더 얻고. 근데 조금 중립적이고 냉철한 입장에서 보면 엔지니어들도 그러니까 컴퓨터 공학하는 분들도 뭔가 획기적으로 인간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그런 인공지능이 나올 거다. 거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Q: 저는 그리고 과제 제출할 때 요즘에 이게 인간이 한 건지 챗GPT가 한 건지 누가 한 건지 알 수가 없다. 교수님들 입장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예를 들면 뭐 사진전에 작품을 챗GPT로 만들어서 출품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근데 그런 것들은 우리가 결과만 놓고 봐서는 걸을 수가 없지 않을까요?
A: 아마도 당분간 헷갈리는 시기가 있을 거예요. 그러나 가령 사진전에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림을 제출했다는 건 사진이라는 기본하고는 좀 어긋나잖아요. 약간 속인 거죠. 근데 만약에 사진이 아니라, 사진은 바깥에 있는 걸 찍는 거니까, 그게 아니라 순수하게 미술, 아트 영역이라면 충분히 인공지능이 도구로 활용될 수가 있겠죠. 그런 점에서 앞으로 예술 작업이라든지 창작 작업의 방식이 좀 달라지는 거다. 그렇게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Q: 그럼 분야마다 받는 영향도 좀 다를 것 같네요. 교수님 말을 들어보니까.
A: 네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가 부스러기 노동 이렇게 부르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방송 작가가 있다고 쳐요. 그러면 초급 작가들이 하는 일은 굉장히 단순하죠. 기초 자료를 수집한다든지 뭐 이런 부분일 거예요. 아마 그런 부스러기 노동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는 거죠.
Q: 인간의 관점에서는 양극화가 좀 심해지는 거 아닌가요?
A: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건 기성세대한테는 굉장히 큰 충격일 수 있어요. 지금 내가 새끼 작가라면 할 일이 없어지니까 타격이 크겠죠. 근데 조금 미래를 보자면, 앞으로 작가가 되고자 하는 지망생 입장에서는 뭘 준비해야 할까, 이게 좀 달라지겠죠. 가령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서 조사하는 그런 능력을 기른다든지, 그걸 기초로 해서 그러니까 출발점부터 훨씬 많은 기능을 요구하는 식으로 바뀌는 거죠. 그래서 짧은 시간에 본 작가가 된다, 이런 진로 탐색을 한다든지 하겠죠.
Q: 네 저희가 이것도 여쭤볼까 합니다. 챗GPT 요즘 핫하잖아요. 왜 이렇게 챗GPT는 유독 핫한가 더 발전된 것처럼 느껴지는가 이 이유도 좀 궁금합니다.
A: 사실은 그전까지 인공지능 또는 컴퓨터가 언어를 지어내는 거, 문장을 이렇게 길게 써내는 거, 이런 걸 못했어요. 근데 막상 인간의 능력 중에 배우기도 어렵고 하기도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문장 생성하는 거예요. 글쓰기죠. 그러니까 우리가 충격을 받게 되죠. 얘는 글을 줄줄줄줄 순식간에 써내니까 나보다 낫네. 그렇죠, 그런 느낌을 주고요. 또 하나는 이건 순수하게 제 주관적인 생각인데, 언론인들의 직업하고 직결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자분들이 기사를 써야 하는데 비슷한 내용을 그리고 특히 경제 기사, 스포츠 기사, 이런 건 숫자가 중심이잖아요. 그러니까 데이터만 조금 있으면 더 잘 써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막상 충격이 컸던 거죠. 그래서 더 취재도 하고 보도도 하고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Q: 그렇다면 저희 분야가 좀 더 타격을 많이 받는 분야라는 뜻인가요?
A: 제가 기자분들하고도 많이 만나봤는데요. 오히려 심층 기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돼서, 어떻게 보면 일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Q: 네 그리고 저는 번역에 대한 얘기도 좀 해볼까 하는데 요즘에는 뭐 번역이 바로바로 되잖아요. 그러면은 앞으로 번역가들은 또 뭐를 해야 되는가 이런 고민도 들 것 같아요.
A: 저도 번역을 몇 권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내용 따라 좀 차이가 나는 거 같아요. 저도 써봤죠. 물론 그걸 그대로 쓸 수 없죠. 결과물을 제가 충분히 감수해야 돼요. 평가를 해야 합니다. 제 전문 분야가 철학이니까 더 그렇고요. 근데 일반적인 기사 수준 정도만 되면 내용을 깊게 100% 이해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누가 무슨 말을 했구나, 이런 동향 살펴볼 때는 굉장히 편해요.
Q: 네 그럼 우리가 영어 공부할 때 막 예전처럼 단어를 외우고 암기하고 뭐 그럴 필요는 없어진 거 아닌가요? 사실.
A: 이 부분이 좀 묘한데요. 사실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는데 자기가 외신을 보고 번역기를 돌려서 내용 파악을 했어요. 그런데 이걸 그대로 부장님께 보고해도 될까, 막상 중요한 지점이 생기면 자기가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자기 영어 실력은 실력대로 갖춰야 하는 게 되는 거죠. 저는 점점 더 인간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내 몸과 머릿속에 갖추는 게 더 중요해지지 않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Q: 그리고 학계의 다른 분들에 대한 얘기를 아까 여쭤보기도 했지만 실제로 학자들 중에서는 인간과 컴퓨터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으시거든요. 교수님께서는 그럼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A: 보통 그렇게 생각 많이 해요. 인간의 생각, 지능, 이런 것들은 컴퓨터 프로그램하고 비슷하다. 기계와 같다. 아니, 기계가 아니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간은 탄소 기반의 몸에 바탕을 둔 사고 기계, 생각하는 기계지만, 쟤는 실리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기계다. 이렇게 둘을 비슷하게 보는데, 과연 그게 맞는 얘기인지 검증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생각과 인간의 몸의 관계는 훨씬 더 유기적인 것 같아요. 컴퓨터의 경우에는 시키는 대로 하는 작동하는 내용물이다. 이거에 반해 인간의 경우에는 뭔가 충돌도 하고 고장 났다가 다시 고쳐지기도 하고, 컴퓨터 안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고민한다, 고민이 된다, 이게 뭐예요? 결국 생각이 교란되고 뭔가 고장나는 거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몸이 생각이 고장 나더라도 무너지지 않게끔 계속 보호해 준다고 생각돼요.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이 해결되고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고.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고장나면 멈춰요. 다운돼 버리죠. 리부팅 해도 그 지점 가면 또 멈춰요. 결국 누군가가 바깥에서 버그를 잡고 고쳐줘야만 제대로 작동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근데 인간은 그렇지 않고요. 스스로 고쳐요. 아무리 애기라도 아픔을 이겨냅니다. 이게 생명이 갖고 있는 특징 아닌가 저는 그렇게 많이 생각을 합니다.
Q: 네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까 약간 희망도 느껴지네요. 그런 부분이 있는데 저희가 인문학에 대한 얘기도 또 해볼까 해요. 사실 인문학의 위기란 말은 정말 오래된 말인데 인공지능 시대의 인문학이 필요할까요? 어떨까요?
A: 초반에 제가 말씀드렸는데, 인공지능은 인간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알파고는 바둑이라는 어려운 지능적 활동을 하면서 인간에게 심지어 이겼죠. 그 충격이 컸고요. 최근의 생성 인공지능은 인간의 더 내밀한 능력인 창작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을 더 돌아보게 되고요. 인간을 돌아보는 활동의 대표가 인문학 예술 이런 것들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해지고 어떻게 보면 인간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점점 잃어가는데, 인공지능에게, 기계에게 뺏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시절일수록, 인간만의 고유함이 뭔지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고 가치 있고 잘 사는 건지, 이런 걸 탐구하는 게 더 필요해졌다 이렇게 이야기 드리고 싶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공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도 많이 만나실 텐데 그럼 앞으로 인문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할까 고민이 될 것 같아요.
A: 인문학이 좀 갱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우리가 인문학의 핵심을 그 동안 언어로 뒀어요. 문사철 그러니까 문학, 역사, 철학 그리고 언어학, 이런 것들이 전통적인 인문학이었다면, 오늘날 언어가 과연 거기에 국한되느냐? 우리는 수학, 자연과학 그다음에 예술, 디지털 등 굉장히 많은 것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언어로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언어가 확장된 거죠. 그럼 이 확장된 언어를 다루는 능력인 확장된 문해력, 확장된 리터러시가 중요해지고, 그런 차원에서 확장된 리터러시를 배우고 가르치고 훈련하는 확장된 인문학이 필요하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과거 인문학 하는 분들이 굉장히 자신의 입지를 좁혀갔다면, 이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본기를 기르는 과정으로 확장된 인문학을 누구나, 공학하는 사람이건 예술하는 사람이건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건 다 익혀야 한다, 이렇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데 왜 이렇게 인문학 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을까요?
A: 타성인 것 같아요. 항상 시대를 좌우한 건 인간과 인간이 만든 제도 이런 것들이었는데, 막상 내가 잘 모르고 다루기도 어려운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고 할 때 괜히 회피하는 거죠. 이게 여태까지 우리가 잘못했던 지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Q: 오히려 이럴수록 좀 더 탐구를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A: 그렇죠. 탐구를 해야 되고 이걸 위기로 생각하지 말고 기회로, 제가 책의 부제에 쓴 것처럼 ‘인문학 르네상스’, 르네상스라는 게 부흥이잖아요, 다시 되살아나는 계기로 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에필로그 제목이 위기는 인공지능에서 오지 않는다예요. 이 문장도 같은 뜻에서 볼 수 있을까요? 어떨까요?
A: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이라는 구도에 너무 익숙해요. 네 근데 사실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건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장님이에요. 그러니까 결국은 제도적으로 이 사회를 어떻게 이 신기술 환경 속에서 꾸려갈 거냐에 고민이 집중돼야 한다고 봅니다.
Q: 네 에필로그 보면요. 인공지능 윤리 얘기도 나오는데 그러면 저 같은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을 대할 때 어떤 식으로 좀 바라봐야 하고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좀 얘기를 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아마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인격적인 주체가 아닐 거예요. 결국 도구거나 미디어 정도에 머물 텐데, 결국은 인공지능이 함께 중요한 도구로 사회 속에 존재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새로운 사회, 그 사회 속에서의 인간 간의 관계나 제도 부분이 윤리의 내용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을 학대한다든지 아니면 홀대한다든지, 차별한다든지,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게끔 하는 인간의 노력이 인공지능 윤리지, 인공지능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주체로 대하라는 접근은 전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네, 결국에는 인간이 잘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끝으로 드는데요. 교수님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해서 어떤 말씀을 좀 해 주고 싶은지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A: 인공지능이 등장한 건 꽤 됐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이세돌 사범님이 알파고하고 대결해서 완패한 바람에 더 충격이 컸었고요. 근데 무슨 변화가 있었죠? 사실은 가시적인 변화는 없었어요. 우리 삶에 보이지 않게 스며드는 기술 형태로 존재하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챗GPT가 등장하고 해서 요란 떨지만, 아마 이 열풍은 좀 가라앉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에게 보이지 않을수록 더 중대하고 심각한 기술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보는 편이 나을 거고요. 그런 상황에서 좀 잘 아는 사람들이 정책을 잘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보다는 우리 모두가 알아가면서 새롭게 인공지능과 살아갈 이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 함께 고민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인공지능이 인간을 정복하고 지구를 정복하고 이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결국 우리에게 위협을 가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예방할까에 더 고민을 모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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