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3년 9월 중3과 고2 총 24,706명을 대상으로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를 평가했고, 그 분석 자료를 어제 발표했다.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다. 나는 2가지 점에 주목한다.
첫째. 국어, 영어, 수학은 모두 확장된 언어다. 다 인간과 세상을 읽고 쓰는 도구이다. 나는 확장된 언어 구사력을 ‘확장된 문해력’이라고 명명했다. 확장된 문해력은 역량이다. 역량은 더 많이 갖출수록 좋다. 이번 조사가 보여주듯, 학생들이 확장된 문해력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3년을 보면 10명 중 1명 꼴로 자신이 보고 듣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글이나 자료를 해독하지 못하고, 타인과 대화도 못한다. 이는 사회적 재난이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
이는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젊은이들의 한국어 능력을 생각나게 한다. 기성세대가 좀 쉬운 말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중요한 건 언어 안에 담긴 과거의 유산을 미래세대가 더 이상 해독하지 못하는 사태다. 이는 지식과 기술의 소멸이다. 강조하건대, 어휘력은 역량이다. 영어 단어를 외우려고 애쓰는 이유도 단어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참고: 인공지능 시대에 외국어 공부가 필요할까?) 확장된 문해력의 문제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둘째. 수학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국어와 영어에서 중3과 고2 모두 성별 격차가 유의미하게 눈에 띈다는 점이다. 수치를 보면 심각해도 너무 심각하다. 이는 또래 간에 대화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학생은 또래 남학생이 우습게 보이고(반복하건대, 문해력은 역량이다), 남학생은 또래 여학생에게 무시 당한다고 느낀다. 이것이 젊은이들 사이의 성별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추이를 놓고 보면, 이대로는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즉, 별도의 정책적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더 심각한 건,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으로 인해 확장된 문해력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내가 최근에 진행하는 연구에 따르면, 전자책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종이책과 비교하면, 전자책은 문해력을 감소시킬 공산이 크다. 전문가의 깊이 있고 실증적인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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