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시네마2. 시간-이미지》의 6장은 ‘Les puissances du faux’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영어로는 ‘The powers of the false’라고 옮겨져 있다. 한국어 번역에서는 ‘거짓의 역량’으로 옮겼고, 이 때문인지 국내의 연구자는 모두 ‘거짓의 역량’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다(역자 이정하 선배께 미안하게도). 일단 이 표현이 니체의 것이라는 점에서 시작하자. 들뢰즈는 이 점을 명시한다. 그렇다면 니체한테 the fal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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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February 2024
칸트 앞 시대로 돌아가야 할 이유
서양철학 저술들을 읽는 데 있어 가장 방해가 되는 인물은 단언컨대 칸트이다. 물론 칸트(1724~1804)의 어휘가 라이프니츠(1646~1716) 및 볼프(1679∼1754)를 거치며 정립된 독일어 철학 개념의 영향 아래 구성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성립된 독일관념론의 어휘가 일본어로 번역되어 조선/한국에 소개된 이래, 칸트가 빚은 개념 렌즈는 오히려 장벽으로 서게 되었다. 심지어 라이프니츠-볼프 그리고 바움가르텐을 읽는 데도 방해가 될 정도니 말이다. 고싱가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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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 설명] 개념(concept)과 붙잡음
오늘은 한국인을 위해 개념(concept)이라는 말의 원초적 의미를 살피려 한다. concept가 conception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알아볼 것이다. 출발점은 원(原)인도유럽어(Proto-Indo-European) 어근인 *kap-으로 이 말은 ‘붙잡는다'(to grasp; saisir)는 뜻이다. 이 어근에서 라틴어 동사 capere(붙잡다; to grasp, take; 프랑스어 prendre, tenir)가 나왔으며, 종종 약화되어 -cipere의 형태로 다른 말과 결합되곤 하며, 과거분사 어근인 cep-도 여러 단어 속에서 암약한다(이 *kap-에서 라틴어 captare도 나왔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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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자연어를 다룬다는 것
컴퓨터에 의한 자연어 처리는 오랜 숙제였다. 이 숙제는 호기심이나 학술적 관심에 앞서 냉전의 요청이었다. 적국의 암호문을 실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가령 영어와 러시아어).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최초의 이정표는 아마도 딥러닝 기반 ‘구글 신경망 기계 번역(Google Neural Machine Translation)’일 것이다(2016년). 챗GPT는 그 다음의 중요한 성취였다(2022년). 2023년을 달군 챗GPT는 인공지능의 승리라고도 평가된다. 인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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