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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http://www.hani.co.kr/kisa/section-005006000/2005/08/005006000200508281835959.html“너희가 들뢰즈를 ‘제대로’ 아느냐”
김재인씨, 들뢰즈 입문서 번역·출간


안수찬 기자  
  
젊은 철학자 김재인(35)씨가 들뢰즈 사상 입문서인 <들뢰즈 커넥션>(현실문화연구)을 번역·출간했다. 프랑스 탈근대 철학자 질 들뢰즈의 사상은 그의 저작과 개설서를 포함해 이미 30여권의 책이 국내에 소개됐다. 한국에서 들뢰즈가 너무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번역 입문서가 여기에 추가된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김씨의 이력을 알고 나면 사정은 조금 다르다. 들뢰즈·푸코·데리다 등 프랑스 현대철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안다. 김씨는 지난 2001년, 들뢰즈의 마지막 대작인 <천개의 고원>(새물결)을 번역했다.

지난 2002년엔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이종영 <진보평론> 편집위원의 들뢰즈 비판을 반비판했고, 지난해에는 계간 <문학동네>에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의 저서 <노마디즘>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들뢰즈의 개념에 대한 ‘그릇된 이해’와 ‘잘못된 번역’때문에 들뢰즈가 한국 사회에 잘못 전달되고 있다는 게 김씨의 주요 논지였다.

박사논문을 준비중인 서른 즈음의 젊은 철학도가 (그 어렵다는!) 들뢰즈의 기념비적 저작을 번역한 것도 화제였지만, 곧이어 유력 철학자들을 상대로 개념 이해의 미묘한 차이를 둘러싼 공격적 비판을 제기한 것도 이 지루한 ‘철학동네’에선 꽤 유명한 이야깃거리였다. 김씨가 사소한 번역 문제를 침소봉대한다는 냉소도 있었고, 철학의 생명인 개념문제를 제기하는데 아예 상대도 하지 않는 기성 철학자들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김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들뢰즈가 사용한 섬세한 개념의 ‘원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관념화시킨 상태에서, 이를 함부로 ‘변용’할 경우엔 들뢰즈의 실천적 함의를 없애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각감적 이해에 능숙한 예술계에서는 들뢰즈의 사상이 곧잘 수용·실험되는 반면, 문자에 집착하는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여기에는 개념 자체를 잘못 소개한 번역자들의 잘못도 크다”고 강조했다.

<들뢰즈 커넥션>은 ‘들뢰즈 제대로 읽기’를 주장하는 김씨가 선택한 중간 과정이다. <천개의 고원>과 함께 쌍둥이 저작을 이루는 <안티 오이디푸스>를 내년 봄에 번역할 예정인 김씨는 “들뢰즈에 대한 적절한 소개서를 읽으며 ‘쉬어가자는 의미’”로 이 책을 우선 펴냈다. 번역자 서문 등을 통해 김씨는 다시 한번 ‘기존 번역’의 오류를 일일이 지적하고 있다.

<안티 오이디푸스> 번역이 끝나면, 김씨는 “앞으로 2년 이내에” 박사학위 논문을 마칠 계획이다. 이 학위논문에서 프랑스 68운동의 ‘철학적 승화’를 내걸었던 들뢰즈의 ‘실천적 함의’를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재활시켜보겠다는 게 그의 학문적 야심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기사등록 : 2005-08-28 오후 06:35:08기사수정 : 2005-08-28 오후 09: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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