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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김종인 발탁 실패, 노무현 정권 운명 갈랐다"

[부동산 전문가 인터뷰]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기사입력 2010-05-11 오전 7:24:41

 

많은 이들이 '부동산 불패신화' 특히 '아파트 불패신화'를 믿지만, 서울시 아파트의 실질가치가 반토막난 일은 분명 있었다. 90년대 노태우 정권이 대대적인 공급정책과 분양가 상한제를 함께 실시하면서 서울 아파트의 PIR(가계 평균 연소득 대비 평균주택가격 비율)은 딱 '반토막'이 났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런 전례를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를 강조한다.

현재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올초부터 시작된 아파트값 하락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9월 금융규제를 강화한 상태에서 분양가 상한제 효과를 갖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시작하면서 비롯됐다고 홍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를 불신하던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전혀 의도하지 않은 효과였을지도 모르지만.

홍 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투기와 '전쟁'까지 선포했지만, 아파트값 급등을 막지 못했던 것도 분양가 상한제를 이미 투기 광풍이 휩쓸고 난 뒤인 2006년 11월에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분양가 상한제로 노태우 정권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았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초대 경제부총리로 영입하려던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노무현 정권과 부동산 투기 세력과 '전쟁'의 승패가 달라졌을 거라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분양가 상한제 효과를 갖는 보금자리주택이라는 '폭탄'을 시장에 던진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홍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식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선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홍 연구위원은 "서울의 민간소유 아파트 수가 130만 호인 상황에서 소득 상위 10% 130만 가구의 평균 연소득이 1억500만 원이나 된다. 거품이 꺼지더라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 25% 이상 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6일 오후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편집자

ⓒ프레시안(김봉규)

2009년 9월 금융규제, 2010년 봄 하락의 단초

프레시안 : 최근 이명박 정부의 서민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보금자리주택이 강남 집값을 잡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최근 부동산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홍헌호 : 보금자리주택이 강남집값 하락에 미친 영향에 대해 진보진영 내에서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실련의 김헌동 단장 같은 분은 그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보는 반면, 그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양쪽 모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는 사람들은 거품이 많기 때문에 하락한 것이지, 보금자리 주택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막연히 거품이 크기 때문에 하락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유사한 크기의 부동산 거품이 2007년, 2008년, 2009년에도 존재했는데, 왜 2010년 봄에 와서야 하락하기 시작했을까.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그림을 하나 보여드리겠다. 이 그림을 보면 왜 부동산 가격이 2010년 봄에 하락하기 시작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다.

[2006년 1월~2010년 3월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단위 : 건)

▲(원자료 출처) : 국토해양부, 홍헌호 가공

이 그림을 보면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던 2006년 하반기에 거래량도 폭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래가 늘면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줄면 가격이 내린다는 것은 모든 자산시장에 적용되는 철칙(鐵則)이다.

흥미로운 것은 2007년이다. 연평균 거래량이 6~7000건에 머무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말 뒤늦게 분양가상한제를 부활했고, 2007년 초부터 금융기관들이 비교적 강하게 대출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2008년 초에는 이명박 정부의 부유층 중심정책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어 아파트 거래량이 많이 늘었다. 그 해 봄 거래량은 1만 4000건에 육박했다.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지 않았다면 이 시기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불안해졌을 것이다.

지난 해 수치들도 흥미롭다. 혹자는 지난 해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붕괴 징후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주장의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지난해 2월 경기선행지수 중 재고지수가 바닥을 치면서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나자 투기꾼들의 발 빠른 행보가 시작되었고, 그 여파가 거래량 급증과 가격불안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지난 해 4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이 1만 건을 돌파하며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자 7월과 8월을 전후하여 출구전략 논의가 일었다. 7월 하순으로 기억한다. KBS에서 연락이 왔다. 출구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토론회에서 금리인상 시기는 다소 늦추더라도 LTV, DTI규제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부동산 시장불안도 해소하고 통화량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나처럼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을 리는 없지만 어쨌든 2개월 뒤 정부는 금융규제를 강화했다. 그 여파로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9월 1만 1000건에서 11월 6000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들로서도 금융규제 이외에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9월의 금융규제 강화 조치는 불씨를 키워가던 부동산 투기열풍을 잠재우는데 기여했다.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일까.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공급방안도 구체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나는 의외로 받아들였다. 그들의 부유층 친화적인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웃음)

보금자리, MB정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거품 붕괴' 도화선 역할

프레시안 : '위험한 도박'이라면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났다는 얘기인가?

ⓒ프레시안(김봉규)
홍헌호
: 그렇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가져오는 가격인하효과는 분양가 상한제 효과와 동일한 것으로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컸다. 진보진영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수진영에서는 오죽하겠나. 현 정부의 성격상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거품붕괴의 도화선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혈세를 투입해서 20대, 30대 등 무주택 청년층의 표를 얻어내는 꿈에만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금융규제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겹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제2차 보금자리주택 가격을 높이고, 공급량을 대폭 줄인 것은 이런 공포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60만 호의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공염불로 끝날 전망이다. 얼마 전 정부는 2010년도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보금자리주택을 18만 호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보금자리 주택은 7만7000호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이전 정부부터 일정하게 공급해 오던 국민임대주택, 영구임대주택 등이었다.

보금자리 주택단지와 보금자리 주택은 구별되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이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되는 분양주택을 말한다. 보금자리 주택단지에 18만 호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그 대부분이 기존에 건설해 오던 국민임대주택, 영구임대주택으로 채워진다면, 3년내 보금자리 주택 60만 호 공급이라는 약속은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불패신화'? 90년대 이미 서울시 아파트 '반토막' 났었다

프레시안 :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분양가 상한제가 가져오는 가격인하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크다고 했는데 과거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불패신화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홍헌호 : 보수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진영에서도 지금까지 아파트는 패배한 적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1990년대 서울시 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 가계 평균 연소득 대비 평균주택가격 비율)이 반토막 난 적이 있다. 즉 91년과 97년 사이 가계소득지수가 100에서 197로 상승할 때 서울시 아파트가격지수는 100에서 103으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중용했던 노태우 정부가 이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되 분양가상한제라는 안전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노태우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91년과 97년 사이 가계소득이 2배 오를 때 아파트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불만은 건설사에서 터져 나왔다. 건설사 부도율이 90년 1%에서 95년 4%까지 급등했다. 4% 부도율은 2009년 건설사 부도율 0.44%의 9배에 달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김영삼 정부는 95년 12월 지방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분양가 자율화에 나서게 된다.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초에 김종인 전 수석을 경제부총리로 발탁하려 했는데 성사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홍헌호 : 나도 그렇게 들었다. 서로 뭔가 불일치하는 면이 있어서 성사가 안됐다고 한다. 어쨌든 그의 발탁 실패가 노무현 정부의 운명을 갈랐다고 본다.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에 진보적인 측근들과 보수적인 관료들을 균형 있게 포진시키려 했다 한다. 그 생각이 너무 안이했다. 노대통령 스스로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하지 않았던가.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권력과 로비능력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보수적인 관료들의 자료 축적량 또한 진보적인 측근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기계적인 균형이라니. 더군다나 대통령이 권력을 다 내주겠다니. 김종인 전 수석의 경제부총리 발탁 실패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카드거품' 꺼진 뒤 노무현 정권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현재 강남 집값은 하락세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정권 차원에서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했지만 집값은 꾸준히 상승했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홍헌호 :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분양가 원가 공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2003년 번복됐다. 노무현 정부가 조기에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했더라면 그렇게 지지율이 급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들이 대거 돌아선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부동산가 폭등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분양원가 공개 관련해서 직접 "분양원개 공개는 시장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소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노 대통령이 부동산을 잡으려는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홍헌호 : 노무현 정부 내에 시장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에 애착을 갖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도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군사정부 정책이라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시민단체들의 주장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효과가 확실한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왜 소극적으로 '원가공개'를 주장했을까. 당시 시민단체들에게도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서 개혁적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프레시안(김봉규)
프레시안
: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따지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부동산 시장이 죽으면 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도 연 7%라는 고성장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런 측면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홍헌호 :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경기가 매우 안 좋았다. 성장률이 3%로 떨어졌고 매년 30~40만개 창출되던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2년 월드컵 열풍 영향으로 노출되지 않고 잠복해 있던 카드 거품 부작용이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기부양을 하는 것이 좋다. 모든 경기부양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낭비적인 토목중심 경기부양이 나쁠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아주 나쁜 선택을 했다. 토목중심 경기부양을 안하는 대신 분양가 원가공개나 분양가상한제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성립될 수 없다지만 노무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부활함과 동시에 복지지출 확대형 경기부양을 했더라면 그들의 역사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개발사업도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결국엔 토건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홍헌호 : 진보진영에서 혁신도시에 대해서까지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혁신도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아무 이유 없이 이들 도시를 만든 것이 아니다. 혁신도시는 세종시와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정부 청사를 지방에 보내려다 보니 세종시가 필요했고, 대형 공기업들의 본사를 보내려다 보니 인구 2만 명 정도의 신도시들이 필요했다. 세종시는 별 문제없고 혁신도시만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난센스다.

또 혹자는 혁신도시가 지방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고도 하는데 그것도 과도한 비판이다. 2003년과 2007년 사이 수도권 주택 가격이 29.7% 상승할 때 6대 광역시는 6.5%, 8개 도 지역은 4.8% 상승하는데 그쳤다. 아파트를 보면 수도권이 35.4% 상승할 때 6대 광역시는 9.0%, 8개 도 지역은 9.7%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방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난 것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盧 정권의 8.31 대책-3.30 대책이 '미풍'에 그친 이유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정책의 주요기조는 세제를 통해 부동산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는 저항은 많았지만 효과는 떨어졌다. 조세정책은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상징성은 크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과연 부동산을 잡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냐는 의혹도 제기할 수 있다.

홍헌호 :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종합해 보면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분양가 상한제(2006년 11월 부활), 금융규제정책, 조세정책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이중에서 가장 선호한 것이 시장친화적인 조세정책이다. 우파에서는 종부세를 일컬어 좌파 정책이라 하는데 3가지 중에서 가장 시장친화적인 것을 찾다보니 조세정책을 찾은 것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친화적인 부동산정책들에는 여러 가지 내재적인 한계가 있었다.

특히 많은 기대를 모았던 8.31대책(2005년)에도 내재적 한계가 많았다. 먼저 8.31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1가구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 이는 2004년의 경험이 가져온 학습효과 때문에 무력화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0월 3주택 이상에 대해 60%의 중과세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2004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3주택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자 한다면 2004년에 매물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정책은 다소나마 효과가 있었다. 2003년 10% 올랐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4년에 1% 빠졌다.

그러나 이 경험이 2005년에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되었다. 양도세 중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인하 효과가 예상만큼 크게 나타나지 않자, 투기꾼들은 1가구2주택 양도세 중과(유예기간 설정)에 대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치적 요인도 컸다. 2005년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한나라당 집권이 확실시되었다. 1가구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오래가리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투기꾼들이 법망을 피해갈 방도도 많았다. 현실적으로 1가구 2주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1가구2주택 소유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주민등록상 세대 분산을 해서 법망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세대 수와 가구 수 사이에 200만 호 이상의 차이가 난다. 투기꾼들이 세대분산을 많이 하고 있다는 증거다.

양도세와 상속세 사이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는 점도 1가구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 무력화에 기여했다. 투기꾼들은 양도세를 내느니 자녀들에게 상속하면 된다고 버텼다.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였다.

기대를 모았던 종부세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미풍이었다. 한나라당 집권이 확실했고, 이들이 집권할 경우 종부세가 무력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프레시안 : 8·31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자 2006년 3·30 대책이라는 것이 나왔다.

홍헌호 : 3·30 대책도 8·31대책만큼 의도는 좋았다. 재건축단지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대책에도 내재적인 한계가 많았다.

개발이익을 환수하려면 개발이익과 개발비용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공제되는 개발비용에는 개발기간 동안의 주변지역 주택가격 상승분도 포함되는데, 그 주변지역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문제가 되었다. 그 주변지역을 서울시로 설정하느냐, 강남구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공제되는 개발비용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정부는 자치구별 주택가격 상승률을 고려하여 개발비용을 공제해 주기로 했다. 이런 선택은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치구별 주택가격 상승률을 고려하여 개발비용을 공제해 주고 나자 확정된 개발이익 규모가 쥐꼬리만큼 작아졌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라는 화려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3·30대책이 주목받지 못한 것은 이런 치명적인 내재적 한계 때문이다. 불행히도 3·30대책은 '개발이익환수'라는 구호들이 치밀한 정책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할 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말았다. 내가 분양가상한제나 대출규제와 같이 효과가 뚜렷한 정책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2006년 부동산대란은 이명박 때문이다

프레시안 : 이렇게 8.31 대책, 3.30 대책 등 투기억제책을 내놓았지만 2006년 부동산가격은 고점을 찍었다.

홍헌호 : 노무현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2006년 부동산대란에 불을 붙힌 것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은평 뉴타운이었다. 당시 은평구는 상대적으로 서울에서 소외됐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뉴타운 개발이 진행되면서 은평 뉴타운 분양가가 1500만 원 내외로 올라가자 수도권 소외지역 전체가 요동쳤다. 뉴타운 개발허가에 유리한 지역이 소외지역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9.1% 올랐던 서울시 아파트는 2006년 24.1%나 올랐다.

8·31대책 효과를 내심 기대하고 있던 노무현 정부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은 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대형사고까지 터졌다. 추병직 당시 건교부 장관이 개인적 판단으로 통 크게(?) 보수진영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공급 확대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명박표 산불에 추 전 장관이 기름을 붓자, 수도권은 부동산 광풍 불바다로 변했다.

수도권 전 지역이 부동산 광풍으로 들끓자 노무현 정부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허겁지겁 분양가 상한제까지 부활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부동산 광풍을 진정시킨 것은 금융규제정책이었다. 특히 2007년 1월 7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대출기준 강화방침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2006년 11월 3만 호까지 근접했던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이듬해 2월 7000호까지 떨어졌다.

강남은 왜 '부동산 1번지'가 됐나

프레시안 : 2000년대 들어 폭등기에도 그렇고 하락기에도 그렇고 강남이 중심이다. 강남 중심으로 올랐고, 강남 중심으로 떨어졌다. 그 이유가 뭔가?

홍헌호 : 보수진영에서는 강남의 교육 여건이 좋았기 때문에 강남 중심으로 올랐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2001년 강남 부동산가격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15년간 강북아파트와 강남아파트 가격상승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2001년 이후 강남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재건축 개발이익' 때문이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1980년대 초 건설된 용적율 90~100%의 15평,17평,19평,21평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이들 아파트들이 용적율 200~220% 아파트로 재건축될 경우 재건축에 참여한 사람들이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들 이 보잘 것 없는 소형 아파트 매입에 매달렸다.

이 소형 아파트들의 평당가격은 5000만 원을 훌쩍 넘어 6000~7000만 원에 이르러 강남중심 투기의 발원지 역할을 했다. 소형 아파트들의 평당가격이 급등하자 강남구의 평균 평당가격이 급등하는 착시현상이 나타났다. 또 강남구에 금싸라기가 많다는 소식은 전국의 투기꾼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부유층과 사회지도층들도 이곳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혈안이 됐다.

재건축 대상 소형아파트들이 만들어 놓은 강남구 평당가격 착시현상은 주변지역 아파트가격도 끌어 올렸다. 주변지역 아파트들도 강남구 아파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착시현상으로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자 부자가 사는 동네의 아파트만 오른다는 어설픈 신화도 만들어졌다. 투기꾼들, 부유층들, 사회지도층들이 이 신화에 기대어 강남으로, 강남으로 모여 들었다. 물론 이런 신화는 일정정도 근거를 가진 것이었지만, 나중엔 사이비종교 교리만큼 과도하게 신념화되기에 이르렀다.

무조건 부자가 사는 동네의 부자 물건 값만 오른다는 신화가 형성되자 중대형 주택가격이 집중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90년대 건설된 1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중대형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높은 분당이 특수를 누렸다. 중대형 많고, 강남에 가깝고, 분당의 주택가격은 그럴듯한 신화에 기대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택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오히려 중소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단지 중대형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올랐던 분당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다.

최근 중대형과 강남주변지역 가격이 주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중소형과 지방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90년대에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수도권 주택지 가격이 15년 동안 60% 빠진 반면, 지방 중소도시 하락율은 10%에도 못 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 25% 이상 빠지기는 어려워

프레시안 : 지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얼마나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나?

홍헌호 :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거품이 꺼지더라도 서울아파트 가격이 평균 25% 이상 빠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거품이 많은 지역은 30~40%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처럼 반토막이 날 정도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혹자는 더 이상 아파트를 살 사람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조사연보에 따르면 지난 해 2인 이상 가구 소득 상위 10%계층(130만 가구)의 평균연소득은 1억 500만 원이다. 그 다음 10%계층이 6500만 원이고 그 다음 10%계층이 5300만 원이다. 서울의 민간소유 아파트 수가 130만 호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아파트를 살 사람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내가 부동산 경착륙보다 연착륙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자산시장에서는 심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번 냉각된 투자열기가 다시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재발될 경우 상당한 출렁거림이 있을 수도 있다. 90년대 초 서울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90년 고점과 91년 저점 사이에 18%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외환위기 때도 97년 고점과 98년 저점 사이에 18%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외환위기 때 30~40% 이상 빠지는데 98년 이 정도 하락에 그친 이유는 90년대 부동산정책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이 출렁거린다면 90년대 초처럼 단기간에 18%정도 출렁거릴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재발된다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처럼 반토막이 날 정도로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문제이지만, 떨어져도 문제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윤증현 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이 나서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미분양 주택 매입 규모를 늘리는 등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다. 이런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못 볼 것이라고 생각하나?

홍헌호 : 자산시장에서는 심리가 중요하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던지 상관없이 심리가 한번 크게 냉각되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앞으로 6개월 혹은 1년간은 재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당한 출렁거림이 있을 수 있고, 또 상당한 기간 눈치장세가 지속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일본식 경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지적하는 변수가 인구구조다.

ⓒ프레시안(김봉규)
홍헌호
: 인구구조 변화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그 변수에만 매달리면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문제는 주택의 질(質)이다. 모든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좋은 주택에 살기를 원한다. 따라서 주택보급률이 100%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주택보급율은 100%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일정하게 주택 가격은 오른다. 주택의 질이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택의 질 향상 속도에 비해 가격의 상승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항상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것이 주택보급율이 100%면 공급이 충분하다거나 가격이 더 안 오르게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식 복합불황 가능성 낮다

프레시안 : 거품이 빠지는 것과 관련해 또 우려되는 지점이 위기가 금융 쪽으로 이전될 가능성이다.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건가?

홍헌호 : 거품붕괴가 곧 일본식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소규모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90년대 일본식 복합불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1990년대 일본과 지금 우리나라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첫째, 양국의 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LTV)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1990년을 전후하여 일본의 LTV는 100%를 넘어섰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40~50% 수준이다. 이 차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둘째는 일본 구조조정 과정상의 특수성이다. 일본의 거품붕괴가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금융구조조정이 10년 이상 장기간 지연되어 '복합불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복합불황이란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동시에 불황에 빠져 악순환을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식 복합불황의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지목된다. '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연', '기업들의 흑자도산',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그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장성의 전근대적인 조직문화, 즉 퇴직한 선배를 평생 충성으로 챙기는 독특한 문화가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장기간 지연시킴으로써 일본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피아'란 이름으로 재정부의 전근대적인 조직문화가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일본처럼 심각한지는 의문이고, 또 1997~98년 금융기관 구조조정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처럼 이 문제가 장기화되리라 보여지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대기업들에 상상 이상의 현금이 쌓여있기 때문에 일본식 복합불황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오세훈의 '시프트', 과대평가되고 있다

프레시안 : 보금자리주택이 현재 집값 하락에 일정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장기전세임대주택인 시프트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홍헌호 : 진보진영 일부 인사들이 시프트에 대해 과도하게 칭찬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A시장은 저소득층을 위해 국민임대주택 1만호를 공급하고, B시장은 동일한 재원으로 중간층들을 위해 장기전세주택 6000~7000호를 공급한다 하자. B시장이 특별히 칭찬받을 만한가?

SH공사가 펴낸 <SH공사 20년사>를 보면 오세훈 시장의 시프트가 특별히 과대평가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SH공사의 임대주택 공급실적을 보면 오 시장의 실적이 특별히 좋은 것이 아니다. 실적을 4년 단위로 쪼개 보면 SH공사의 임대주택은 90년과 93년 사이 연평균 5508호, 94~97년 4782호, 98~01년 4861호 공급되었다. 반면 이명박 시장 재임시절에는 그 실적이 1997호로 떨어졌고, 오세훈 시장 재임기(전반)에도 연평균 4402호에 그쳤다. 오세훈 시장의 실적에 특별히 박수를 보낼만한 근거는 없다.

또 시프트 공급으로 인한 약간의 혜택 또한 고분양가라는 희생의 대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SH공사가 공개한 장지지구 분양원가와 실제 분양가를 보면 평당 400만 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33평 아파트를 분양했다면 평당 1억 3200만 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 차액은 어디에 쓰였을까.

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 SH공사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해보면 둘다 국민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을 짓는 재원을 분양주택 수입으로 충당한다. 두 공사의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비교해 보면 아주 유사하게 120%로 나타난다. 매출원가 대비 20%의 수익률을 남겨 임대주택도 짓고 인건비도 지불하고 세금도 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공기업 수익구조가 고분양가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건설,유지,관리비용의 상당 부분을 분양주택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분양가가 높아졌다. 공기업의 이런 고분양가는 민간기업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선도주 역할을 한다.

물론 오세훈 시장이 이런 구조를 혁파하지 못했다 하여 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의 능력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임대를 공급하려 했던 노무현보다 많은 시프트를 공급하려 하는 오세훈이 더 낫다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것은 연구자의 균형감각과 관련되는 것이다.

가격 내리는 게 가장 좋은 부동산 정책이다

프레시안 : 국민임대주택을 운용하는 메커니즘 자체를 바꿀 수는 없나?

홍헌호 : 과거에 싱가포르형 주택청을 만들자는 주장도 많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주택청이 임대주택 사업을 전담하고 주공은 분양주택만 지으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주공은 공기업으로서의 존재의미를 잃고 민영화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임대주택 사업을 하지 않는 공기업이 존재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토공과 통합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해체가 진행된다면 토공 부문만 분리되어 공기업으로 남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런 해체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난점이 너무 많다. 우선 토주공의 자산과 부채를 국가기관인 주택청, 공기업인 토공, 그리고 민영화되는 주공이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가.

물론 정부와 정치권과 민간전문가들이 공동으로 해체작업을 진행하고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특별법을 만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임대주택 건설비, 유지관리비 모두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경우 그 액수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도 정부가 토주공 임대주택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매년 1조원 정도를 출자하고 있다. 그래서 토주공의 연간 임대주택 공급량이 SH공사보다 10배 정도 많다. 그러나 주택청이 임대주택 사업을 전담하고 주공이 분양주택 사업을 전담할 경우, 정부 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싱가포르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싱가포르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4% 수준이다. 싱가포르 이광요 수상이 과다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공영임대주택정책에서 저렴한 자가주택 공급정책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이 가장 좋은 부동산정책은 저렴한 자가주택 공급정책이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처럼 서방 선진국들에 비해 조세부담율이 낮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싱가포르 이광요 수상과 같은 시각에서 저렴한 자가주택 공급정책에 더 점수를 주는 것은, 취업후등록금상환제보다 반값등록금에 더 점수를 주는 것과 같은 논리다.

시프트의 전세금이 주변시세보다 20%정도 싸다고 한다. 주변시세가 30%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20%를 낮춘데 따른 SH공사의 부담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덤으로 세입자도 10%의 추가부담을 해야 한다. 애초에 모든 부동산 가격이 30% 내려갔다면 이런 추가부담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90년대 큰 성과를 거둔 분양가상한제와 2000년대 여러 시기에 위력을 발휘한 금융규제정책을 우선적으로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보금자리주택은 90년대와 달리 도심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국민임대 주택단지를 대폭 줄이면서, 그것도 매년 수조 원의 혈세를 투입하면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전홍기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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