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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한번에 끝내는 사과의 기술

철학자 2009.10.14 18:50 조회 수 : 15

한번에 끝내는 사과의 기술

 

살다보면 사과를 할 일이 참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과를 하기 싫어 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사과가 잘 먹힐 것 같지 않아서다. 그래서 차라리 그냥 욕 한번 먹거나 속으로 욕하는 것쯤은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고 싶어지게 된다. 하지만 사과할 일이 있을 때 제대로 사과를 한다면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사건들이 100% 한쪽만 잘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다거나 약속을 너무 무리하게 잡았다거나 해서 처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만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돌아보게 된다. 그럴 경우 자신의 잘못도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상대가 정중하게 사과를 해온다면 오히려 미안해지면서 반드시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서 잘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에는 내가 먼저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사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여유가 있는 쪽일 경우가 많다. 그리고 누구나가 어려워하는 사과를 먼저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사과를 하는데도 정말 기술이 필요한 걸까? 당연하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대의 화를 더 돋구는 경우도 종종 보기 때문이다. 일단 사건이 일어났다면 사과를 하기 전에 그 사건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진의도 잘 파악해야 한다. 예전 동화 중에 엄마가 냇가에 묻어 달랬다고 정말 냇가에 묻는 청개구리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과를 한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해보자.
첫 번째는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것을 표현한다. 가끔은 나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어떻게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잘못 한건 인정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성인으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사건을 합리적으로 분석해서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그저 차가 막혔다든가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 이유이다. 차가 막힐 것까지 계산을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가 막혔대도 그보다 구체적이 이유를 대야 할 것이다. 오던 중에 큰 사고가 나서 시간이 더욱 많이 걸렸다면서 그 상황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해 준다면 그냥 차가 막혔다는 막연한 핑계보다는 더 기술적이 표현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다음에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만남은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고 설혹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은 다음에 같은 일이 있을까봐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다음에는 어떻게 노력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반드시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것을 꼭 말로해야 아냐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해 줄때 비로소 다음에는 같은 일이 안 생기겠구나 하며 안심하게 된다.

이 세가지 중 하나만 빠지면 사과를 받더라도 이상하게 개운치가 않게 된다. 사과하고 그 이유까지 다 설명을 했다고 하더라도 세 번째가 빠지면 그러면 다음에도 또 똑같은 잘못을 하겠구나하게 되고, 두 번째 세 번째만 하면 뭐가 잘못된지도 모르고 핑계만 대는구나하게 되고 두 번째를 빠뜨리게 되면 이미 잘못했는데 알아서 판단하라는 느낌을 주게 된다.

만일 접시를 깨뜨리고 후회만 한다면 스트레스로 자신의 생명을 접시수명처럼 당기게 될 수도 있다. 잊을 건 잊고 사과할 건 사과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는 서로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가끔은 자신이 잘못해 놓고도 상대가 보기 싫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고나면 마음이 개운해지니 자신도 상대도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파이미디어 | 서명희 칼럼니스트 | 입력 2009.10.14 09:55 | 수정 2009.10.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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