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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런던 한복판에 '투명 화장실'

김재인 2004.02.25 15:09 조회 수 : 301 추천:27

런던 한복판에 '투명 화장실'


관광객이 북적이는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 사방이 유리로 된 공중화장실이 등장, 사용자와 행인들에게 새로운 호기심과 갈등을 안겨주고 있다고 MSNBC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안에서는 밖이 훤히 내다 보이지만 밖에서는 그저 거울로만 보이는 유리로 만들어진 이 화장실은 모니카 본비치니라는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가 만든 ‘한 순간도 놓치지 말라’는 제목의 현대미술 작품.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들여다보려고 애쓰는 사람들만 많을 뿐 그 속에서 볼 일을 보는 강심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테임스 강변에 위치한 테이트 영국 미술관 건너편 건설공사장에 세워진 이 화장실에 대한 작가의 설명과 관람자들의 반응은 두 장소의 차이만큼이나 역설적이다.

테이트 미술관 직원 제프 볼로턴은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를 못 볼 것이라고 믿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거리 한복판에 앉아서 가장 원초적 행위를 한다는 생각은 엽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이 공사장이니까 공사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한 것도 재미있지만 테이트 미술관이란 점잖은 기관과 나란히 자리잡은 것은 더 독특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작가는 구경거리가 생겼을 때 아무리 생리현상이 급해도 현장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해 “볼 일을 보면서도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빠짐없이 구경하라”는 뜻에서 이 화장실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안에 놓인 교도소용 변기와 세면대는 이 장소가 지난 1800년대 호주로 이송되기 전 죄수들의 대기장소로 쓰이던 밀뱅크 교도소였음을 상기한 것이다.

당시 교도소를 지은 건축가 제레미 벤덤은 간수가 자기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도 모든 죄수들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원통형 감시탑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죄수들이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고분고분해지고 마침내 감시의 시선을 내면화, 석방된 후에도 스스로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계자의 아이디어는 실현되진 않았지만 오늘날 널리 쓰이고 있는 폐쇄회로 텔레비전과도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공중화장실에서 정치와 사업을 논하던 고대 그리스 귀족들처럼 화장실 사용을 전혀 은밀한 일로 생각하지 않는 문화권도 있고 지난 2000년엔 테이트 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이던 마르셀 뒤샹의 1917년작 조각 ‘소변기’에 실제로 오줌을 눈 자칭 행위예술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작가의 부탁대로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안팎의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는 런던의 투명화장실은 아직 실용성이 입증되지 않고 있다.

youngnim@yna.co.kr(끝)
송고시간 : 200402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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