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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세계 속의 삶 正名

철학자 2008.07.10 10:33 조회 수 : 10651

正名은 논어의 자로편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내가 인용의 형태로 표현한 까닭은, 그 말을 할 때 공자의 원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正名이 공자가 말한 정치 영역뿐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에, 학문 영역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의 취지와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무릅쓰고 말한다면, 이름 또는 언어가 바로 서는 것이 正名이다. 세간에 언어의 혼란이 난무한다. 이는 언어 자체를 탐구하는 철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소통이 되지 않는다. 요즘 소통의 부재 또는 불가능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서로가 생각하는 소통의 의미마저 서로 통하지 않으니 소통이 될 리 만무하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시켰는데 얼그레이 차가 나오는 식이다. 아니 뭔가 나오기라도 하면 좋은데, 아무 것도 안 나오거나 나오지도 않았는데 돈을 내라는 식이다. 사오정 세상이다(오해 말기를, 여기서 사오정은 날아라 수퍼보드의 사오정이다). 특히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태도가 일을 그르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그러하다. 듣고 싶은 말만 듣거나, 듣고 싶은 의미로 듣는다. 이래서야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밖에.

나는 현 정부의 소통 부재를 특별히 강조해서 비난하고픈 생각은 없다. 소통 부재는 이 시대의 우리 사회의 전반적 현상이다. 현 정부를 구성하고 현 국회를 구성하고, 현 지방정부와 현 지방의회를 구성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으며, 무슨 자격으로 그 말을 다 하려 하는가. 그야말로 먼저 손가락 하나 정도는 장을 지지고 말을 할지어다. 그래야 이름이 바로 서며 책임 있는 비판이 될 수 있다. 통제형 독재국가도 아닌 다음에야, 현 정부를 구성한 바로 그 당사자들이 자기 반성 없이 현 정부를 향해 외치는 목소리는 공허하게 느껴진다. 작은 mb들이 공명하여 MB를 구성한 것이다.

양비론이 아니다. 비중의 차이도 있고 책임의 크기라는 것도 있다. 다만 개선책도 함께 얘기해야 하기 때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니부어의 지적처럼, 개인이 선해진다고 사회가 선해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를 선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에, 가령 민주사회에서는 선거 같은 요상한 기회가 있는데, 이런 기회에 개인이 선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사회는 영영 선해질 수 없기 마련이다. 우선 正名이다. 자신에게 하는 말과 남에게 하는 말이 같아야 하며, 자신을 재는 잣대와 남을 재는 잣대가 같아야 하며, 표리부동이어야 한다. 조금 계몽적인 요청이지만, 일의성(univocity)의 테제는 이 맥락에서도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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