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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예술과 문화 예 술 과 삶

서동철(펌) 2004.04.08 02:39 조회 수 : 10591 추천:447

동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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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형의 꼬집는 말씀에 우선 큰 반감 없음과 아울러 한 가지 보충 사항부터 말씀드리고 그 다음에 약한 반론 내지는 변명을 던지겠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씀이기도 하고요. 예술과 삶의 관계, 굳이 휄덜린의 가르침:

"삶에서 예술을 배우고, 예술 작품에서 삶을 배운다,
하나를 올바로 보면, 다른 하나 역시 그리 보이리라."

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항시 제 마음 속에 품고 다니는 고민거리입니다. 사실 또 쪼께 시건방지게 말씀드리자면 언제까지 남이 이미 다 해놓은 결과에만 부러운 눈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을 것인가, 나도 언젠가는 내 나름대로의 고민을 통해 조금은 산뜻하고 참신한 결과를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야무진 포부까지 품고는 있습니다. 단지 아직 많이 모자라 그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죠.

동 형이 주신 말씀의 맥락에서 허나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문화 말입니다. 뭐 문화권, 어쩌면 생활 공동체라 표현해도 될성싶다 봅니다만, 님과 저같은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내지는 자신이 처한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공통의 공간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아무래도 제 경우 이러한 공간에서의 정신적 자산의 힘을 눈여겨 보고 있고요. 어쨌든 문화의 차이와 예술의 차이는 어떠한 상관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동 형이 설정하신 '예술 - 삶'의 이원적 구조를 '문화 - 삶 - 예술'이라는 삼원적 구조로 확장 해석해 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죠. 문화의 차이가 구체적인 사는 모습의 차이를 불러 일으키니 여기에서 솟구치는 예술 작품 또한 이러한 차이의 흔적을 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예술 철학이 물론 이를 자신의 고민거리로 삼아야 함은 당연합니다. 즉 이러한 삼원적 구조의 내적 모습을 밝혀내는, 그 내부의 상호 움직임을 그려내는 작업을 말하죠. 이를 통해 문화와 예술간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이해 또한 또렷해짐을 희망해 봅니다. 예컨대 인도 문화권의 예술과 유럽 문화권의 예술을 비교해 볼 때 드러나는 차이에 대한 보다 더 깊은 이해에 이를 통해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공간적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시간적 차이의 모습 또한 같은 맥락에서 거론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지금의 시대를 정보의 시대 내지는 컴퓨터의 시대라 부르는 경우 말입니다. 이러한 한 시대를 특정지으며 구분하는 대표적 문화적 대상 내지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적 행동 또한 당연 동반됩니다. 그만큼 구체적인 삶에 끼치는 영향이 막강하다는 말도 되고요.

구체적 예로서 프랑스 말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전후에 특히 정보 매체에 대한 정치권에서의 끊이지 않는 관심과 그에 따른 행동을 엿볼 수 있는 바, 60년대 발발한 소위 '맥루한 주의'를 중심으로 키베르네틱이라는 학문의 융성, 철학적으로는 보드리아르와 르요타를 중심으로 소위 후기 구조주의의 성숙, 급기야는 '텔레마틱'이라는 통신의 '텔레'와 정보학의 '마틱'을 짜깁기해 만든 새로운 말을 세상에 내놓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그 후 국제적으로도 인정이 되었을 정도죠. 바로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도 이에 걸맞는 구체적인 변화의 모습을 띠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토대로 하는 예술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의 움직임을 보인다 하는 말씀입니다.

이전에 벤야민이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을 말했다면, 지금은 정보 (재)창조 시대의 예술 작품을 입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자가 일정 의미에서 복사품을 가리킨다 하면 후자는 나름대로의 일정한 의미에서 원본을 가리키죠. 이러한 차이를 일각에서는 디지털로 뒤범벅이 된 소위 '포스트 모던'을 결정짓는 한 대표적인 잣대로 보려고도 합니다만, 이에 대한 님과의 말섞음은 다른 기회를 엿보기로 하고요, 오늘은 단지 이러한 문화의 차이가 삶과 예술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이를 바라보고 서술하는 미학에의 파급 효과에 관심을 기울여 주십사 하는 말씀으로 요약하는 듯한 건방진 말씀 드렸습니다.


지금 빅토르 최의 고요한 밤을 들으며 동 형의 환한 얼굴을 달빛에 비추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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