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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예술과 문화 문화론 유감

서동철(펌) 2004.02.25 20:11 조회 수 : 9654 추천:397


성대 앞에 '논장'이라는 인문 사회 과학 서점이 있는 모양이다. 문을 닫게 되었단다. 수입이 없단다. 집세 채우기도 힘드니 더 이상의 운영이 곤란하단다. 책방뿐이 아니라 웬만한 중소기업 역시 경쟁하듯 쓰러지는 판에 뭐 놀랄 일이 무에냐 하겠냐마는, 그래도 이 서점이 지난 IMF 위기도 공동 조합 운영 방식과 여러 문화 행사를 통해 극복했음에도 작금의 자금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쓰러진다는데 주의를 요구한다. 한 마디로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는다 한다. 인터넷 서점의 진출, 전반적인 독서 취향의 전환 등이 원인이 되어 작년 매출의 반도 되지 않는다 하니 어찌 계속적 운영이 가능하겠는가? 출판계에서는 이 서점의 폐점을 매우 애석하게 여긴다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한 성공적인 서점 운영의 사례로 주목을 받았으니 말이다.

일년 전에 비해 반 이상으로 매출이 줄었다는 사실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어찌 독자들의 이동이 이리 심하게 변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이 멍청하니 그렇다 하면 쉽게 이해는 되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이에겐 오히려 더 답답할 뿐이다. 앞으로의 대책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쓰는 이들한테도 잘못이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지난 90년대에 한국의 지식인 마당에 있었다는 문화론에 대한 논쟁이 우리 나름대로의 우리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아무 인식없이, 아니면 최소한 희박하고 막연한 의식으로 프랑스의 문화 이론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하지 않았을까 말이다. 그렇다는 인상이 내게는 매우 짙다. 처음에는 이색적이고 뭐인가 멋있게 보이니 그리들 열광하다시피 받아들였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게 과연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자성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의아해 함은 당연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문제 의식의 출발을 어설프게도 프랑스에 두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소리다. 다시 말해 출발은, 최소한 출발만큼은 우리 스스로에게 두어야 한다는 반성의 소리다. 우리 주변, 우리 자신의 문화 공동체에 이런 저런 문제점들이 보여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 중에 프랑스 문화 이론이 이런 저런 도움을 줄 듯하다 뭐 이런 식으로 논의를 진행해 가며 책을 쓰더라도 쓰자는 소리다. 그래야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들과 읽는 내용과의 일종의 긴밀한 끈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이어져야 할 줄이 제대로 이어질 수 없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Marshall McLuhan 말이다.
뉴욕 타임즈 지에선 이 20세기 후반 매체 문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을 뉴톤, 다윈, 프로이드 그리고 아인슈타인 이래 가장 중요한 사상가라 꼽았다. 칸트, 니이체,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도 건너 뛴다. 조선일보가 그랬다면 니네들이 별 수 있냐 하겠다만, 뉴욕 타임즈가 이런 무식한 말을 함부로 내뱉을 정도이니 McLuhan 신드롬이 아직까지도 깊게 뿌리 내려져 있다는 반증인 듯도 보인다. 씁쓸하다.

물론 큰 인물이다. 허나 어쩌면 우리는 이 양반이 자아낸 반향의 엄청난 위세에 가위 눌려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로 인해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만 할 문제점들을 시야에서 놓치고 있지는 않나 반성해 보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예를 들어 어찌하여 카나다 인이 프랑스 지식인 계에서 그런 센세이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가? 이는 전통적인 양 국가간의 친분관계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프랑스 특유의 방송 매체 문화와 일종의 특수한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질문을 우리는 던져 봐야 하지 않을까? 만약 이러한 밀접한 문화적 상관 관계를 우리가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이에서 다시금 우리 자신을 반성, 즉 다시 비추어볼 수 있어야 할게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문화란 뇌라는 자판기 위에서의 놀이를 뜻한다."는 한 독일 문화학자의 선동적 테제를 긍정할 수 밖에 없는 참담한 경지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말이다 - 우리 다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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