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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 페이스북 포스팅

 

한국의 철학 연구자들의 게으름은 통탄할 만하다. 뭔가 읽을 만한 논의가 생산되지 않는 건 다 이 지적 게으름 탓이리라.

 

맑스에 대해 조사할 게 좀 있어 10년 이내에 발표된 최근 논문들을 검토하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1844년 경제학 철학 초고>, <포이어바흐 테제>, <독일 이데올로기> 등 1844년~1845년에 이르는 맑스의 문헌은 처음 공개된 상태와 나중에 고증된 원고 상태가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서 저간의 사정을 다 밝힐 수는 없고... 아무튼 중요한 건, 연구자들 대부분이 거의 위작이나 다름 없는 MEW의 판본을 바탕으로 맑스의 초기 철학을 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위논문의 경우에는 연구자 본인뿐 아니라 지도교수와 심사위원들의 게으름을, 학술지 논문의 경우에는 연구자와 심사위원들의 게으름을 어찌 탓하지 않을 수 있으랴.

 

<초고>와 관련해서는 이미 1991년에 최인호가 MEGA를 토대로 한 새 번역본을 제시하면서, "MEG...A의 텍스트 이해는 MEW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철자 식별에서서부터 텍스트 배열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 MEGA는 새로운 연구 성과를 담고 있다."(12쪽)고 술회한 바 있다.

 

<테제>와 관련해서는 엥엘스의 텍스트 왜곡과 날조가 얼마나 심했는지에 대한 고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독일 이데올로기>와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해 온 정문길의 노고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텍스트는 심지어 MEGA의 일시적 중단 때문에 아직 MEGA에는 수록되지 못하고 연보 형태로만 공개된 바 있는데, 아직도 보면 연구자들 거의가 MEW를 저본으로 삼고 있다.

 

이쯤 되면 왜 연구를 하는지, 왜 연구한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지경인데, 다들 꿀은 맛있게 먹었는지 어디서도 아무 말들이 들려오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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