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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철학과 철학사 간략한 답변

김재인 2003.09.02 03:45 조회 수 : 3349 추천:23

원래 이런 식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잘 안 하는 편입니다.
학생이 개인적으로 편지도 보내오고 해서,
그리고 그보다는 인용된 구절만으로 어느 정도 글의 맥락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사실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에는 해석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답변을 드립니다.

>예술과 도덕에 대한 니체의 견해.
>
>니체는 예술에 대한 유미주의적 견해를 제 꼬리를 먹는 뱀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여기서 '제 꼬리를 먹는 뱀'이라 함은 자기부정, 자기소멸을 가져온다는 것을 뜻합니다. 뱀이 제 꼬리를 먹어들어가면 결국 스스로 없어지겠죠?

>"만약에 예술이 도덕을 가르쳐 인류를 향상시키는 일을 거절한다면,
>예술은 결코 무의미하고 목적도 없고, 무분별한 것,
>요컨대 제 꼬리를 먹는 뱀이랄 수 있는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이 되어 버리는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니체가 하려는 말은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 즉 좁은 의미의 예술이 아닌 다른 것들, 가령 삶이나 건강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나름대로 "도덕을 가르쳐 인류를 향상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여기서 '도덕'은 니체가 나름대로 정의해서 사용하는 까다로운 말입니다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지요) 무의미해진다는 내용입니다.


>.... 모든 예술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예술은 무엇인가를 상찬하지 않는가?
>예술은 어떤 것을 탁월하게 드러내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을 통하여 예술은 어떤 가치 평가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킨다......
>예술가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은 예술과 관련된 것일까? 예술의 목적은 삶과 더욱 깊이 관련된 것이 아닐까?

여기서는 물음의 형태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밝히려고 합니다. 즉 그것은 삶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예술은 삶에 대한 커다란 자극이다. 어떻게 예술을 무목적인 것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로 간주 할 수 있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예술은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커다란 자극제라는 것이 니체의 결론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삶의 증진'이라는 (좁은 의미의) 예술 바깥의 목적을 위해 있으니까요.

니체를 읽을 때 주의할 점 하나:
도덕--> 통상은 비판하는 맥락에서 많이 쓰지만, 위의 구절에서는 '삶의 증진'이라는 목적을 지칭하기 위해 이 말을 사용했음.
예술--> 통상은 찬사를 보내지만, 이 맥락에서는 스스로의 굴레에 갇힌 폐쇄적이고 자기목적적인 예술지상주의적 예술을 가리키며, 이런 것은 니체의 사상과 걸맞지 않음.

또 하나 주의할 점:
도덕 교과서를 집필한 사람의 의도는 알겠으나, 니체가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도덕을 예술보다 우위에 뒀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곤란함. 오히려 예술이 기존 도덕을 전복시키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예술을 높게 평가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함. 그러나 도덕 교과서이기 때문에 예술을 폄하하는 맥락으로 해석하려 한 것 같음.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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