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식하는가? 칸트의 경우

칸트에게 가장 중요했던 문제는 ‘인식’의 정당화였다. 가령 《순수이성비판》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의 모든 인식이 경험과 더불어 시작된다는 것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그러므로 시간상 우리의 어떠한 인식도 경험에 선행하는 것은 없고, 오직 경험과 더불어 모든 인식은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인식이 경험과 더불어 시작된다 해서, 바로 그렇기에 그것 모두가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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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정신의 존재를 입증한다

음악은 정신(또는 마음)의 존재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생각해 보자. 물리적 측면에서 보면 시간 축을 따라서 음이 나열되는 현상이다. 매 순간, 아주 아주 짧은 순간, 음은 없다가 있고 다시 있다가 없다. 이렇게 매 순간 명멸하는 음파 주파수는 음악을 구성하지 못한다. 고막이 감지하는 소리의 있음과 없음은 그 자체로는 음악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소리의 진행을 느끼고 음의 변화를 감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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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시네마》와 나

내가 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을 본격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2015년 초였다. 나는 2013년 2월에 늦깎이 박사를 받고 , 2014년까지 6편의 KCI급 논문을 출판했다. 2014년 12월에는 《안티 오이디푸스》 번역을 출판했고. 그러나 이 시도는 실현되지 못했다. 시골 생활에 서울까지 오가는 강의는 너무 많았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작은 책(2015.08)과 들뢰즈 해설서(《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들뢰즈 철학 입문》, 2016.06)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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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도 지각할 수 있을까?

사물도 지각할 수 있을까? 생물이 지각한다는 건 명백하다. 지각은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뽑아내는 활동이다. 야콥 폰 윅스퀼이 잘 보여줬듯, 생물은 ‘둘레세계(Umwelt)’ 속에서 살아간다. 둘레세계는 이른바 객관적인 세계인 ‘환경(Umgebung)’ 중에서 뽑아낸 그 생물에게만 특유한 세계를 가리킨다. 여기서 생물은 보통 ‘종’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개체 간 차이를 배제하지 않지만, 대체로 종(혹은 개체군) 수준의 공통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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