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와 팔레스타인 문제

근래에 봤던 논문/저서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논문 하나를 읽었다. Kathryn Medién, “Palestine in Deleuze” (2019), Theory, Culture & Society, Vol. 36(5), 2019, p.45-70. DOI: 10.1177/0263276418816369. (검색하면 원고 pdf를 쉽게 찾을 수 있음. 또한 어떤 분이 한글로 친절하게 번역해 놓아서 참조 가능함.)

이 논문은 들뢰즈의 저술 몇 편(1978, 1982, 1983, 1988)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국가가 건국되면서 그 영토에 있던 선주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워버림으로써 ‘건국 전쟁’을 추진했고, 그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들뢰즈의 통찰을 잘 정리하고 있다. 또한 건국 과정에서 미국의 다양한 협력이 있었으며, 이는 미국이 북아메리카 선주민에 대해 했던 것과 동일한 짓의 반복이라는 들뢰즈의 분석도 함께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들뢰즈의 저술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언급이 삭제되고 있는 학계의 현실도 비판한다. 들뢰즈의 철학은 이와 같은 현안에서 출발했다는 것.

최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가 전 세계 대학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데, 적어도 이론적으로 꽤 오래 전부터 들뢰즈가 이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은 들뢰즈 연구자 일부를 제외하고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나는 작금의 많은 사회적-지구적 문제를 들뢰즈가 나름으로 분석하고 해결의 실마리도 많이 마련해 놓았다고 알고 있다.

이 논문의 관점은 한-일 문제를 분석하는 데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점에 대해서는 뉴노멀의 철학(2020)에서 꽤 개진한 바 있다.

아무튼,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캐스린 메디엔의 논문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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