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전체이고 열림이다 (베르그손 혹은 들뢰즈)

앞서 올린 포스팅(시간은 물질을 감싸고 있다 (베르그손 혹은 들뢰즈))에 보태, 시간에 대한 들뢰즈의 언급을 추가해야 한다.

“중요한 건 집합들과 전체의 구별이다. 만일 그걸 혼동한다면, 전체는 모든 의미를 상실하며, 우리는 모든 집합들의 집합이라는 유명한 역설에 빠진다. 하나의 집합은 매우 잡다한 원소들을 모을(réunir) 수 있다. 그렇더라도 집합은, 상대적으로 닫혀 있건 인위적으로 닫힌 것이건 간에, 닫혀 있다. (…) 하지만 전체는 다른 본성이 있다. 전체는 시간의 차원(ordre)에 있다. 전체는 모든 집합들을 가로지르며, 정확히 말해 전체는 집합들이 자신의 고유한 경향성을 끝까지 실현하는 걸, 말하자면 완전히 닫히는 걸 막는다. 베르그손은 끊임없이 말한다. ‘시간’은 ‘열려 있는 것’이다. 시간은 매 순간 본성을 바꾸는 것, 끊임없이 본성을 바꾸는 것이다. 전체, 그것은 집합이 아니며, 한 집합에서 다른 집합으로의 영속적 이행, 한 집합에서 다른 집합으로의 변형이다. 시간-전체-열림(temp-tout-ouvert)이라는 이 관계를 생각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걸 훨씬 쉽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영화이다.”(PP 79~80)

이를 도식화한 그림은 다음과 같다.

들뢰즈는 ‘집합’과 ‘전체’를 구별할 것을 강조한다. 집합은 같은 성질을 가진 원소들의 모임이다. 이 점에서 집합은 가둔다. 반면 전체는 생성하는 새로운 것을 언제건 품을 수 있다. 집합의 언어로 말하면, 전체는 기존 집합에 속할 수 없는 새로운 원소를 감쌀 수 있다. 이 점에서 전체는 ‘열려 있는 것’이자 ‘열림’이다. 그런데 새로움의 생성은 시간의 본질이다. 이 점에서 ‘시간=전체=열림’의 등식이 성립한다. 이런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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