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물질을 감싸고 있다 (베르그손 혹은 들뢰즈)

“(《물질과 기억》>에서) 베르그손은 더 이상 운동을 지속의 쪽에 놓지 않는다. 그는 한편으로 운동-물질-이미지의 절대적 동일성을 정립하며, 다른 한편 지속의 모든 층위의 공존인 ‘시간(Temps)’을 발견한다(물질은 가장 낮은 충위일 뿐이다).”(PP 69)

이 그림은 들뢰즈의 발언에 기초해서 베르그손이 《물질과 기억》에서 발견한 내용을 도식화한 것이다. 이로부터 들뢰즈는 “《물질과 기억》(1896)에서 베르그손은 훗날 영화에서 자신의 장(champ)을 발견하게 될 운동-이미지와 시간-이미지를 고안해냈다.”(PP 69-70)고 술회한다. (이상 들뢰즈의 발언은 《시네마1: 운동-이미지》(1983)를 출간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는 내가 도식화한 그림에 대해 더 설명하지는 않는다.)

이 그림을 보면 시간은 전부(tout)다. 시간의 양 끝은 ‘지속’과 ‘물질’이다. 들뢰즈는 여기서 ‘물질’ 역시도 ‘지속’의 가장 낮은 층위임을, 따라서 ‘시간’의 가장 낮은 층위임을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운동 또는 이미지도 시간의 층위라는 말이 성립한다. 따라서 운동-이미지에서 시간-이미지로 진행하는 것은 필연적 수순이다. 역으로, 시간-이미지의 해명은 운동-이미지의 해명에 필수적이다. 어떤 점에서 시간-이미지는 운동-이미지에서 출발한 가장 이완된, 즉 높은 층위일까? 논의는 자연스레 이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Comments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