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비판의 난이도를 자각해야 한다

이른바 비판적 사회이론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한계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기계’라는 점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대놓고 무시한다는 점에 있다. 기계로서의 자본주의를 가장 잘 통찰한 이는 맑스였고, 아마 그 다음은 들뢰즈와 과타리일 것이다.

맑스는 노동자가 부속물이 된 ‘공장’을 말한다.

“매뉴팩처와 수공업에서는 노동자가 도구를 사용하지만, 공장에서는 기계가 노동자를 사용한다. 전자에서는 노동수단의 운동이 노동자로부터 출발하지만, 후자에서는 노동자가 노동수단의 운동을 뒤따라가야 한다. 매뉴팩처에서는 노동자들은 하나의 살아 있는 메커니즘의 구성원들이지만, 공장에서는 하나의 생명 없는 기구가 노동자로부터 독립해 존재하며 노동자는 그것의 단순한 살아 있는 부속물이 되어 있다.” (맑스, <자본> 1권, 한글본, 『자본론I(하)』, 비봉출판사, 2015, 570~571쪽)

이 통찰을 더 확장해서, 들뢰즈와 과타리는 사회 자체가 기계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기계는 (…) 인간들과 도구들에 의해 구성되는 하나의 사회 기계이다. 가령 인간-말-활을 기계 작동시키는 스텝이라는 충만한 몸이 있고, 인간들과 무기들을 기계 작동하는 희랍 도시라는 충만한 몸이 있고, 인간들과 기계들을 기계 작동하는 공장이라는 충만한 몸이 있고, 이런 식이다. 유어가 부여했고 맑스가 인용한, 제작소에 대한 두 가지 정의 중에서, 첫째 정의는 기계들을 이것들을 감독하는 인간들과 관련시키고, 둘째 정의는 기계들과 인간들, 즉 ‘기계적 기관들과 지적 기관들’을 이것들을 기계 작동하는 충만한 몸으로서 제작소와 관련시킨다. 그런데 바로 이 둘째 정의가 있는 그대로 얘기된 구체적인 것이다.” (들뢰즈 & 과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한글본 654쪽)

이런 통찰을 이해하고 수용한다면, 비판 작업의 난이도는 급상승한다. 가령 이런 질문이 제기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부품에 불과한 개인, 국가, 법률, 기업가, 공학자, 산업 등이 어떻게 자본주의 자체를 조작(operate)할 수 있을까? 비판은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는 정신 의료에 불과한 건 아닐까? 나는 특히 영어권의 비판 작업에 무척 회의적이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버틀러의 논의를 음미하는 것이 더 영양가 있다. 버틀러는, 가령 기차는 인간을 활용해 진화한다고 말한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기관으로 차례로 진화한 기차의 능력을 보라. 인간은 기차의 수족이어라.

“동물들의 재생산 체계는 식물들의 그것과는 광범위하게 다르다. 하지만 둘 모두 재생산 체계이다. (…) 확실히, 기계가 다른 기계를 체계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재생산 체계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 그렇다면 왜 우리가 기계들의 재생산 체계의 일부가 아니란 말인가? (…) 복합된 기계 전체를 단일한 대상으로 여김으로써 우리는 오도되었다. 사실, 복합된 기계는 하나의 도시 내지 하나의 사회로, 그 각 성원은 진실로 자신의 유(kind)에 따라 길러졌다. 우리는 하나의 기계를 하나의 전체로 보며, 그것에 하나의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개체화한다. (…) 하지만 이 가정은 비과학적이다. 또한, 증기 기관이 같은 유의 다른 하나 내지 두 개의 증기 기관에 의해 전적으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 해도, 이 단순한 사실이, 증기 기관들은 재생산 체계가 없다고 우리가 말할 수 있게 보장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사실상, 그 어떤 증기 기관이건 그 각 부분은 그 자체의 특수한 양육자(breeder)들에 의해 길러지는데, 이들의 기능은 저 부분, 그리고 저 부분만을 길러내는 것이다. 반면 부분들을 하나의 전체로 조합하는 일은 기계적 재생산 체계라는 또 다른 부분을 형성한다. (…) 모든 부류의 기계들은 아마 자신의 특유한 기계적 양육자들을 갖게 될 것이며, 모든 상위의 기계들은 자신들의 실존을 둘만이 아닌 다수의 부모에게 기대게 될 것이다.”(Samuel Butler, <에레혼>(1872), 펭귄판 198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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