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용어 설명] agent (행위자) – 부연 설명

예전에 ‘[철학 용어 설명] agent (행위자)‘라는 포스팅을 올린 바 있다. 전에 썼던 글을 여기에 보탠다. 중복되는 대목도 있지만, 굳이 고치지는 않았다.

최근에 ‘행위자’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이 말은 agent(혹은 조금 넓게는 agency)의 번역어다. 따라서 agent가 어떤 의미인지 아는 것이 이해의 출발점이다.

agent는 라틴어 agere에서 유래했다. agere의 뜻은 《옥스포드 영어사전》만 참고해도 “to set in motion, drive forward; to do, perform; keep in movement”라고 나와 있다. 우리말로 자세한 뜻은 네이버 라틴어사전을 참고할 수 있다(정말 많은 뜻이 있다!).  이런 여러 의미에서 agent는 ‘행하다’ 혹은 ‘하게 하다’라는 뜻과 연관시키면 가장 무난할 듯하다. agere는 영어로 act가 되었다. agere에서 유래한 대표적 명사가 ‘action’이다.

agere와 대립되는 말이 patior다. patior는 대체로 ‘겪다’ 혹은 ‘감당하다’ 정도의 뜻이다. 이 말의 명사가 passio로 영어 passion으로 이어졌다. passive도 여기서 유래했다. (patior가 passio의 어원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의미가 이어져 있다는 점만 놓고 얘기를 계속하겠다.)

요컨대 agent는 action과 관련되며, 그 반대편에 passion이 쌍으로 존재한다. 관련해서 할 말은 무척 많다. 나가르주나, 니체를 거쳐 들뢰즈까지. 하지만 이런 복잡한 논의는 과감하게 넘어가자. 이번 논의는 스피노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이프니츠까지 포함해 17세기 유럽철학의 사고관도 연결되어 있다).

action과 passion, 즉 능동과 수동이 관건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능동이고 무엇이 수동인가? 예전 affect와 스피노자 관련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는데, 피조물의 세계에서 능동과 수동은 항상 동반한다. 즉, 다른 물체에 힘을 가하면 그와 동시에 다른 물체에 의해 힘을 받는다. 예외는 전체로서의 세계(자연, 실체, 신)다. 세계 속 물체들은 서로 제약되기 때문에 완전한 능동은 불가능하고 얼마간 정도를 달리하며 수동 상태로 있다. 즉, 계속 겪는다. 겪는다는 말은 서양어에서 오랜 전통을 갖는다. 심지어 불교의 핵심 개념으로 이어져 중국에서 苦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철학 개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게 완전한 action은 불가능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인간은 완전한 행위자가 아니다. passion과 관련된 수많은 철학 논의가 다 이 점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최근 논의되는 agent 개념은 어떠할까? 내 생각에는 완전한 action의 불가능성과 passion의 불가피성이 혼종되어 탄생한 개념이 아닐까 한다. 아니, 개념이기에는 좀 부족한 그저 ‘용어’ 수준. (잘 아는 누군가가 설명해주면, 고맙습니다.) 왜냐하면 인간 아닌 생물과 무생물도 agent라는 말은 이 맥락에서만 의미 있지 않을까? 인간도 passive이기 때문에 비인간도 active하다고 봐야 하고, 그런 점에서 비인간도 agent일 수 있다는 추론.

좀 당황스럽다. 이 용어를 둘러싼 열광이 더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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