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신경과학 (2) : 집단 신경과학(collective neuroscience), 혹은 합의를 형성하는 뇌들의 동기화

최근 ‘집단 신경과학(collective neuroscience)’이라 불리는 연구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연구는 함께 이야기 만들기 같은 상호작용하는 두 사람 이상의 뇌를 fMRI 같은 장비로 각각 동시에 관찰하는 것이다. 피험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별도의 뇌 영상 촬영을 통해 이런 관찰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두 사람과 두 개 이상의 뇌 영상 촬영 장비를 통해 관찰하는 것을 ‘하이퍼스캐닝(hyperscanning)’이라고 한다. 이 연구를 통해 ‘사교성(sociability)에 있어 새로운 수준의 풍부함과 복잡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명한 과학 저널리스트 리디아 덴워스(Lydia Denworth)는 “사람들이 상호작용할 때 뇌파가 동기화된다: 사회적 종의 마음은 놀랍게 공진(共振)한다”라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문(2023.7.1.)에서 이렇게 보고한다. “가령 교실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수업할 때 학생들의 뇌 처리 패턴은 교사의 패턴과 일치하기 시작하고, 일치가 클수록 학습이 더 잘 이루어진다. 음악 공연을 듣는 사람들의 특정 뇌 영역의 신경파는 연주자의 신경파와 일치하고, 동기화가 높을수록 즐거움도 커진다. 연인 관계에 있는 커플은 연인 관계가 아닌 짝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뇌 동기화를 보이며, 마찬가지로 친한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지인들에 비해 더 높은 뇌 동기화를 보인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연구자들은 ‘뇌 간 동기화(interbrain synchrony)가 사람들에게 상호작용을 준비하게 하는 관계의 표시’라고 본다. 연구를 진행하는 탈리아 휘틀리(Thalia Wheatley)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서로 대화할 때, 우리는 부분의 합으로 환원할 수 없는 단일한 초뇌(a single überbrain that isn’t reducible to the sum of its parts)를 만들어낸다. 산소와 수소가 결합해 물을 만드는 것처럼, 산소와 수소 각각으로 환원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Credit: Now Medical Studios

이런 사실은 과일박쥐(fruit bat) 연구자 마이클 야르체프(Michael Yartsev)에 의해서도 지지된다. 별도의 방이 아닌 같은 사회적 환경에 있을 때, 박쥐의 뇌파 패턴은 활동적 행동을 할 때 높은 수준의 동기화를 보여주었다. 또한 더 많이 상호작용할수록 뇌 간 상관관계가 증가했으며,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증가보다 먼저 나타났다. 즉 각각의 상호작용은 일련의 결정들이며, 뇌 간 상관관계가 상호작용을 촉진한다는 것을 시시한다.

뇌파 대역 간의 동기화를 살피는 것 말고도, 특정 뉴런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신경과학자 웨이제 홍(Weizhe Hong)은 생쥐 연구에서 상호작용하는 생쥐 한 쌍에서 지속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중에 동기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서열이 가까운 쥐들보다 사회적 지위가 멀리 떨어져 있는 쥐들, 즉 지배적인 쥐와 복종적인 쥐 사이에 동기화 수준이 높았다는 점이다. 박쥐와 생쥐 연구는 기술적으로 매우 달랐지만, 서로의 연구 결과는 놀랍도록 유사하다.

휘틀리의 공동 연구자 아담 본츠(Adam Boncz)는 공동 스토리텔링에서 단지 서로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본츠는 말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자극을 받더라도 그것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때, 즉 그들이 공유하는 어떤 상위 수준의 의미가 있을 때 동기화가 일어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억과 이야기 구성에서 활성화되는 일부 뇌 영역, 특히 두정엽피질(parietal cortex)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할 때보다 공동 스토리텔링을 할 때 더 큰 상관관계를 보인다.

또 다른 공동 연구자 보 시버스(Beau Sievers)는 낯선 무성영화의 클립을 시청한 후 49명의 피험자들을 약 4명 단위의 소집단으로 나누어 영화의 주제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도록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깊은 논의를 마치고 다시 그 클립과 영화의 다른 새로운 영상을 보았다. 뇌 영상 촬영 결과를 보면, 합의에 도달한 집단의 뇌 처리 패턴이 일치했다. 가장 말을 많이 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경청하고 합의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뇌를 먼저 동기화하고 더 큰 집단에서 동기화를 주도했다. 시버스는 말했다. “참가자들은 함께 이야기하고 집단으로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뇌를 일치시켰다.”

대화는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2024년 5월에 출판한 논문(Beau Sievers, Christopher Welker, Uri Hasson, Adam M. Kleinbaum & Thalia Wheatley, “Consensus-building conversation leads to neural alignment”, Nature Communications 15, 2024 )에서 시버스와 동료들은 연구를 더 발전시켜 ‘대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신념과 뇌 반응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연구했다. “합의를 형성하는 대화는 집단 내 미래의 뇌 활동을 일치시키며, 이러한 일치는 참가자들이 논의하지 않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도 지속된다.”(p. 1)

“신경 일치의 해부학적 위치는 집단별 대화별로 다르지만, 시각적 주의, 운동, 이야기 이해,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대화 행동은 신경 일치의 차이와 관련이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인식된 참가자들은 발언 기회를 더 많이 차지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표시한 데 반해, 실제 세계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중심에 있는 참가자들은 더 큰 일치를 보여준다. 이는 지위가 높다고 인식되는 참가자는 다른 사람의 제안에 불신을 표시하고 더 많이 말함으로써 집단 합의를 방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높은 중심성을 가진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장려하여 자기 집단과 신경 일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p. 2)

이상의 연구는 해석을 확장할 여지가 아주 높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Comments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