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대적 고찰 2개

기운이 나지 않는 주말이다. 몇 가지 상념을 푸념 삼아 적는다. 1. 가장 반항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할 대학이 어쩌다 이토록 순응의 중심이 된 것인가? 어떤 미끼가 총장 이하 교수, 직원, 학생을 모조리 길들이고야 말았는가? ‘돈’이라고 푸념 섞어 답할 수는 있겠지만, 입학 자격증 혹은 졸업장과 순응 외에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길러주는지 묻지 않는 시절이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른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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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인문학 논문을 쓴다는 것의 의미 : 번역을 업적으로 존중하라

나는 현재 한국의 학계(있는지 없는지 존재감도 없다는 점에서 이미 망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서로의 글을 읽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누차 지적해 왔다. 이 문제의 근원에는 한국연구재단(구, 학술진흥재단)이 주도하고 있는 ‘학술 등재지'(KCI) 제도가 있다. 등재지 제도는 학술 업적의 질적 평가에 대한 학계의 무능력과 상호 의심을 숨기고자 마련한 양적 평가의 잣대이다. 하지만 연구자 상호 심사(Peer Review)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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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화학적 연구 방식

들뢰즈는 분류의 달인이다. 거의 모든 책을 분류로 이끌어간다. 그의 분류는 사후적이다. 즉, 이미 분류를 끝내놓고 나서 그 분류를 출발점으로 삼는 서술을 보여준다. 아래에 몇 개의 예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명시적으로 도식이 등장하는 예일 뿐, 사실상 모든 저술에서 분류 표를 만들자면 만들 수 있다. 《니체와 철학》(1962) 《베르그손주의》(1966)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1968) 《안티 오이디푸스》(1972), 과타리와 공저 《시네마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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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철학 상식] 스피노자가 사용한 언어는? 사과나무 이야기의 진실은?

오늘은 스피노자와 관련된 몇 개의 에피소드를 익혀 보아요. 스피노자는 어떤 말을 사용했을까? 네덜란드 사람이니 당연히 네덜란드어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포르투갈어였다. “물론 스피노자 가족이 사용했던 말은 포르투갈어였다. 최소한 그 집안의 남자들은 문학적 언어인 에스파냐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히브리어로 기도했다.”(스티븐 내들러, 『스피노자. 철학을 도발한 철학자』, 김호경 옮김, 텍스트, p. 116)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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