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혹은 한국어 : 발음 기호와 문자 언어

발음 기호를 문자 언어로 쓰는 나라는 인구 규모가 좀 되는 나라 중에서 한국(북한 포함)이 단연 돋보이지 않을까? (터키는 100여 년 안 되는 역사밖에 없으니… 터키는 1927년 문자개혁.) 게다가 그것이 600년 가까이 강제되었으니, 이 현상의 영향력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공식어로 한문이 쓰였지만, 구어에서 한글(훈민정음과 그 변이형)의 영향은 무척 컸을 것이다.) 나는 이런 언어적 특징이 한국을 …
Read More

필라테스와 무의식, 혹은 “무의식을 생산하라”

인간에게는 대략 640개의 골격근이 있다고 한다. 골격근이란 뼈를 움직이는 근육이다. 그밖에도 심장을 뛰게 하는 심근이나, 내장을 움직이는 민무늬근(평활근)도 있다. 이 많은 근육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동작한다. 손가락을 움직인다 치자. 11개의 근육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움직이지만, 우리는 근육 하나하나를 의식하지는 않는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근육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점에서 근육 운동은 무의식적이다. 근육 중 어떤 것의 …
Read More

인공지능이 색을 이해하고 구별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색을 이해하고 구별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직관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색을 모른다. 색(color)이란 무엇일까? 눈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를 뇌에서 처리한 결과다. 따라서 전적으로 주관적인(뇌 안에만 존재하는) 현상이다. 같은 종은 대개 같은 주관적 결과를 얻기 때문에, 종끼리는 간주관적(intersubjective) 수준에서 색에 대한 공통감(common sense)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색에 대해 대화하는 …
Read More

들뢰즈·과타리의 ‘phylum(문)’ 개념, 또는 ‘기계문’

들뢰즈·과타리가 《천 개의 고원》(1980)에서 사용하는 까다로운 개념 중 하나가 phylum이다. 이 말은 용법이 아주 제한되어 있는데, 무엇인고 하니 생물 분류에서 ‘문(門)‘이다. 분류의 역사와 기준에 따라 이견이 있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문에는 ‘동물’과 ‘식물’이 속한다. 즉, 문은 ‘동물문’과 ‘식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들뢰즈·과타리는 문에 ‘기계문(un phylum machinique; a machinc phylum; ein Maschinen-Phylum)’을 추가한다. 때로는 ‘기계문’을 ‘문’으로 지칭하기도 한다(나는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