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의 일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AI가 대신하게 될 일은 무엇일까? 꽤 오래 전부터 여러 예측이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는 아래 그림에서 보듯 ‘미술가, 음악가, DJ, 그래픽 디자이너, 웹 개발자, 슈퍼모델, 부모, 과학자, 교육자, 교사, 배우, 영화감독’ 등이 열거되고 있다.

지나치게 단순한 예측이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 목록은 ‘인간’과 ‘인간의 일’에 대한 몰이해를 대표한다. 더욱이 이런 풍조가 업계에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위 목록에 등장하는 ‘예술가’ 직군의 핵심 역할은 무엇일까? 내가 《AI 빅뱅》에서도 길게 논했는데, 예술에서 중요한 건 ‘생산’이나 ‘생성’이 아니라 ‘감식안’과 ‘평가'(알아봄)이다. 흔히 ‘창작’을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오해하곤 하는데, 그리고 이런 오해가 AI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게 하는데, 실제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예술의 관점에서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 미적 가치를 가지는지 알아보고 선언하는 일이다. 그것도 아직까지 아무도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알아보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것이 파울 클레의 저 유명한 선언의 의미다. “예술은 보이는 것을 다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 AI는 절대로 이런 일을 못한다. AI는 의식도 없고 어떤 것이 새로운 가치를 지니는지 선언하지도 못한다. 알아보고 선언하는 일은 인간의 ‘사고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이다. 아마 얼마간 생물의 세계까지 확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수준의 AI는 전혀 아니다. 대체될 것으로 예측되는 다른 일들도 성격이 다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일의 형태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일의 본질과 관련된 문제다.

며칠 전 1세제곱밀리미터의 대뇌피질의 실제 모습을 관측한 이미지가 공개되었다. 그건 뇌 전체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신경세포의 기능 중 아주 단순한 면만을 흉내내서 구현하고 있는 현재의 AI 기술이, 단지 크기만 키운다고 해서,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흉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은 작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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