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와 모방의 확산

소셜미디어의 기능은 ‘모방’과 ‘확산’에 있다. ‘인터넷 밈’이라는 용어는 이를 해명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밈(meme)은 ‘모방’을 뜻하는 희랍어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를 뜻하는 진(gene)의 합성어다. 이 용어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만들었는데, “언어, 사상, 신념, 태도, 유행의 전달에서 유전자의 역할을 맡고 있을지도 모르는, 유전자에 상응하는 그 가설적 개체”(리처드 도킨스 추천사, 수잔 블랙모어 (1999), 밈,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pp. xvi-xvii)를 가리킨다. 그러나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엉터리라고 비판 받듯, 가설적 개체인 ‘밈’도 엉터리 개념일 뿐이다.

도킨스보다 거의 1세기 전, 미시사회학의 창시자 가브리엘 타르드가 《모방의 법칙》(1890)에서 이 주제를 소상히 다룬 바 있다. 타르드는 개개인의 정신 현상이 있을 뿐, 에밀 뒤르켐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사실’ 같은 건 없다고 보았다. 도킨스의 밈(가설적 개체)은 뒤르켐의 사회적 사실에 해당한다. 사회적 사실을 전제하지 않으면서도 모방과 그 확산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 사회와 문화를 해명한 것은 《모방의 법칙》의 위대한 성취 중 하나이다.

소셜미디어는 모방과 확산을 핵심 기능으로 삼는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것을 보면 그것을 퍼트리고, 때로 더 나은 쪽으로 수정해서 확산한다. 동의하지 않는 것을 만날 땐 무시하거나 반박한다. 반박도 확산의 일종이지만, 반박의 힘이 크면 서서히 사그라든다. 소셜미디어는 모방이라는 보편 현상이 디지털과 통신 기술 덕에, 비유컨대 빛의 속도로 일어나는 장소다. 오늘날 넓은 의미의 언론은 소셜미디어에 올라탈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은 모으고 가두지만, 소셜미디어는 열고 확산한다.

타르드가 잘 지적했듯, 상승기 사회에서 유행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고 하강기 사회에서 유행은 그 반대로 향한다. 아랍의 봄에서 트위터의 역할은 소셜미디어에 무한한 해방 잠재력을 기대하게 했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이끌었다. 기대와 절망 사이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면, 소셜미디어의 기능이 그 자체로는 해방적이지도 반동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중립적 도구 운운하는 건 아니다.

소셜미디어는 해당 사회의 성격을 표현한다. 즉, 소셜미디어는 사회가 상승기에 있느냐 하강기에 있느냐의 지표이자 징후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유행은 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좋은 것이 유행하느냐 나쁜 것이 유행하느냐는 개인들을 초월한 제3의 장소와는 무관하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모방과 확산을 통해 전개되었고, 소셜미디어는 다만 가속했을 뿐이다. 아마 지금보다 빠른 속도가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처리 속도의 극한에 와 있기 때문이다.

기술만 주목하면 인간의 극간과하기 쉽다. 몸을 가진 존재에게는 극한(limit) 혹은 문턱(threshhold)이 있다. 그것은 얼마간 탄력적이지만, 어떤 지점을 넘어서면 파열하고 만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극한은 여럿이다. 온도, 기압, 속도, 균형, 안전, 심지어 감각의 강도도 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감각의 해상도가 너무 높아져도 견디기 어렵다. 요컨대, 기술은 계속 발전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체험하는 인간은 몸의 어떤 극한에 수렴한다.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완성된 기술이라는 게 있다. 바퀴, 가위, 책 같은 것은 더 발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되어 있다. 디지털 기술은 백엔드(배후에서 작동하는 층위)에서는 더 발전할 것이 분명하지만, 프론트엔드(이용자가 접하는 층위)의 발전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층위의 사용자 경험(UX)은 앞으로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겠지만, 감각 디바이스 층위의 입출력(UI) 즉, 감각 해상도는 완성된 기술에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각, 청각 기술은 이미 극한에 이르렀고, 촉각, 후각, 미각도 기술적 재현에 한계가 있으며, 압력, 방향, 속도와 관련된 감각도 일정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이미 4D 극장에서 어지러움을 느끼고, 놀이기구의 속도에 공포를 느끼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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