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과타리가 찬사를 보낸 흉노의 수장 묵돌 선우

들뢰즈·과타리는 《천 개의 고원》 중 13번째 고원 ‘1227년. 유목론 논고 – 전쟁기계’에서 사마천의 《사기》에 언급된 ‘흉노열전’을 유목민이 ‘수(數)’를 다루는 특징적 방식이라고 언급한다(원서 485 각주 62; 영어본 559 후주 65). 유목민의 전쟁기계는 수를 ‘차원적(dimensional)’ 혹은 ‘계량적(metric)’으로 이용하지 않고 ‘방향적(directional)’으로 이용한다는 대목에서 든 사례이다.

 

Pastoralist expansion into Mongolia ca. 1000 BCE (Early Iron Age), and schematic formation of the Xiongnu Empire in the 3rd century BCE.

해당 대목은 흉노의 수장(선우)인 ‘묵돌’ 선우가 수를 이용한 방식을 언급한다.

“선우에게는 묵돌(冒頓)이라는 태자가 있었다. 그런데 뒤에 총애하는 연지(閼氏)에게서 작은아들을 얻게 되자, 선우는 묵돌을 폐위시키고 작은아들을 태자로 세울 목적으로 묵돌을 월지국에 볼모로 보냈다. 묵돌이 월지국에 볼모로 있을 때 두만 선우는 갑자기 월지국을 공격했다. 월지국에서 묵돌을 죽이려 하자 묵돌은 그 나라의 좋은 말을 훔쳐 타고 도망쳐 돌아왔다. 두만 선우는 그 용기를 장하게 여겨 기병 1만 명을 거느리는 대장으로 삼았다. 묵돌은 명적(鳴鏑: 쏘면 소리를 내는 화살)을 만들어 기병에게 활쏘기를 익히도록 한 뒤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

“내가 명적으로 쏘아 맞히는 곳을 일제히 쏘라. 그렇게 하지 않는 자는 베어 죽이겠다.”

그리고 새와 짐승을 사냥하러 나가 자신의 명적으로 맞힌 곳을 쏘지 않는 자가 있으면 별안간 목을 베었다. 그 뒤 묵돌은 명적으로 자기 애마를 쏘았다. 좌우에서 감히 쏘지 못하는 자가 있자 묵돌은 자기 애마를 쏘지 않은 자를 그 자리에서 베어 죽였다. 조금 뒤 다시 자기 애첩을 향해 명적을 날렸는데 좌우 군사들 중에서 겁이 나 감히 쏘지 못하는 자가 있자 그들도 목을 베어 죽였다. 얼마 뒤 사냥하러 나가 명적으로 선우의 명마를 쏘았는데 곁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그 말을 쏘았다. 묵돌은 그의 좌우에 있는 자들이 모두 쓸 만하게 된 것을 알고 그 아버지 두만 선우를 따라 사냥하러 나갔을 때 명적으로 두만을 쏘았다. 그러자 그 부하들도 명적이 맞힌 곳을 따라 두만 선우를 쏘아 죽였다. 묵돌은 그의 계모와 아우 및 자기를 따르지 않는 대신을 모조리 죽이고 스스로 서서 선우가 되었다.”(사마천, 《사기열전》 2, 김원중 역, 민음사, 2007, pp. 353~353)

요컨대, 묵돌 선우는 쏘면 소리를 내는 ‘명적’이라는 화살을 자신이 쏜 곳에 부하들이 일제히 쏘도록 하는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권좌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수를 ‘차원적’ 혹은 ‘계량적’으로 이용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가령 지리적 요충지에 미리 매복해서 지나가는 적을 습격하는 것과 같은 전술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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