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인공지능은 유사과학이 아닐까?

과학이 무엇이고 과학 지식의 위상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 나는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이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 과학은 ‘관찰과 실험 – 이론 – 재현 – 예측’의 회로 안에 있다. 다시 말해 우주 삼라만상의 ‘현상’을 귀납의 형태로 일반화하고, 그럴게 도출된 가설과 이론에서 출발해서 연역을 통해 아직 확인하지 않은 현상을 예측할 수 있으면, 과학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반증 가능성은, 예측이 틀리면 이론에 문제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와 관련해서 이론을 단박에 버려야 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고, 이론을 보는 틀(paradigm) 자체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과학철학의 중요한 쟁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예측이 틀렸거나 반례 혹은 이상 사례가 관찰되었을 때 ‘그 이론’이 여전히 과학의 지위를 유지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반증 가능성은 구닥다리 주장으로 치부되어서는 곤란하다.

반증 가능성의 관점에서 중요한 점을 하나 더 언급하자면, 어떤 것이 입증이고 어떤 것이 반증인지에 대한 합의된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따져볼 수 있는 ‘합의된 기준’이 요청된다. 가령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지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도는지는 여러 현상들을 관찰함으로써 입증 가능하다. 비록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관찰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그런 명백한 상식을 반박하는 ‘비상식’적 현상들을 모조리 설명할 수 있으면 비상식이 과학이다. 과학은 상식, 즉 인간들의 공통 감각(common sense)을 넘어선다.

딥러닝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정보는 과학의 지위를 가질까? 서양의학이 한의학을 ‘과학’으로 여기지 않고 ‘유사과학’으로 폄하한다는 점에 빗대 보자. 딥러닝은 어떤 과정을 통해 특정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처리 형식이다. 맞아도 왜 맞는지, 틀려도 왜 틀리는지 인간은 알 수 없다. 보통의 알고리즘은 수학적, 논리적 절차에 따르며, 고장나면 수선이 가능하다. 따라서 과학의 지위를 가진다. 반면 딥러닝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생명, 건강, 도덕, 법, 교육 등의 영역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딥러닝 인공지능은 책임질 수 없으며, 수리도 불가능하다(처음부터 다시 학습시켜야 한다).

현재의 인공지능 열풍은 이 점에서 ‘유사과학’ 혹은 ‘반(反)과학’이라고 진단해야 하지 않을까? 더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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