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뉴스(fake news)” 비판의 불편함

(2018.03에 썼던 글인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 아니 더 유효해졌음)

요즘 특히 jtbc에서 많이 비판하는 것 같은데, 이른바 “거짓 뉴스”라는 게 있다고 한다. 영어로 fake news니까, 나는 “가짜 뉴스”나 “위조 뉴스” 정도로 옮겨야 그 뜻이 적절히 전해진다고 보는데, 아무튼 손석희 사장은 “거짓 뉴스”라고 번역해 사용한다. 이게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아마도 대충 판단하자면,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 위조 뉴스가 퍼져나갔고 그것이 트럼프의 당선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위조 뉴스는 또 다른 유행어(?)인 “대안 사실(alternative fact)”과 맞물려 당분간 위세를 떨칠 듯싶다.

나의 주장은 저널리즘 관련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받아들여지기 어렵겠지만, 엄밀히 보면 “거짓 뉴스”와 구별되는 “진짜 뉴스”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 아닐까? 물론 저널리즘에서 이상적으로는 ‘잡다한 사실’과 구별되는 ‘실체적 진실’이 있다고 말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의 차원일 뿐이고, 현실에서 그 둘을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솔직히 많은 언론인이 ‘진실을 추구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토로할 때 실제로는 직업상의 방편으로, 말하자면 먹고살기 위해 언론 산업이 없어지면 곤란하니까, 그런 제스처를 취하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진실은 없고 해석만 있다. 어느 유명 철학자의 ‘이론’과 ‘설명’에 기대지 않더라도, 정말이지 진실은 없고 해석만 있다는 게 요즘처럼 절절할 때도 없다.

제도로서의 뉴스라는 건 왜 존재할까? 또한 어떤 조건에서 존재할까?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또는 지구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소식을 전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다. 설사 그런 선의를 가진 언론인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항상 제도와 조건이 마련될 때만 실현될 수 있는 법인데, 그 바탕에는 자본주의와 욕망이 있다. 뉴스를 전후해서 깔리는, 또는 뉴스 중간에 개입하는, 저 광고들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자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많은 지식 권력자들(인터뷰도 있고 칼럼도 있다)과의 상호 결탁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대중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동원하는 각종 뉴스 컨텐츠(때론 선정적이고 때론 과장되고 때론 폭력적인, 또는 이들 모두인)와 그 결과로서의 시청률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뉴스는 각종 권력의 움직임을 전달하는 순수한 장소가 아니라 각종 권력을 조작하고 조직하는 상위 권력이다. 저널리즘의 이상은 최상위 권력에 도달하는 데 있다. 권력은 지니는 소유물이 아니라 생산하고 구성하는 힘이라는 니체의 설에 따르자면, 언론은 선출되지 않았는데도 그 스스로를 만들어 낸 현대의 최고 권력이다.

아이들이 때로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리얼리티쇼는 ‘리얼리티’인가 ‘쇼’인가? ‘뉴스룸’은 ‘드라마 무대’와 어떻게 다른가? 스크립트와 편집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진짜고 가짜인가? 나는 저널리즘이 취하는 페이크(그게 가짜건 위조건 다른 무엇이건) 제스처를 걷어낸 뒤, 자신이 “가짜 뉴스”가 아니라 “진짜 뉴스”라고 우기는 지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언론이 자신이 “진짜 뉴스”라는 걸 입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뉴스의 진실성 전부가 증발하기 시작한다. 이런 걸 제 무덤 파기라고 하던가? 착잡하면서도 별 힘 없는 내가 한심하다. 뉴스는 처음부터 가짜이고 위조이다. 진실은 없고 해석만 있다. 더욱이 사람들은 본래 페이크를 좋아하는 존재이다. (나는 도덕적 함의는 완전히 배제하고 이 글을 썼다.)

부기. 그럼 작금의 진짜 가짜 뉴스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라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뭘 어떻게 처리해. 형법과 민법을 통한 처리 말고 달리 수단이 있나?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걸 보고 듣고 싶은 걸 듣는 존재라니까!

또 하나의 부기. 가끔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가 이런 현상(“거짓 뉴스의 만연”)을 불러왔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있는데, 헛소리다. (내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어떤 이론이 상대주의를 주장한다고 해서 현실에서 상대주의가 만연하는 법은 없으니까. 아울러 내가 이런 분석 글을 적었다고 해서 본래는 진실을 전달하는 진짜 뉴스였던 게 가짜 뉴스로 바뀌는 일도 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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