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안티 오이디푸스》 강의 001

반갑습니다. 이 강의는 들뢰즈 입문 강의가 아니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는 강의입니다.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안티 오이디푸스》라는 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습니다. 들뢰즈 자신의 평을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질문자는 클레르 파르네(Claire Parnet)인데요, 들뢰즈의 친구고 저널리스트 겸 사상가입니다. 1988~9년에 비공개 인터뷰를 6시간 동안 했습니다. 죽기 직전에 아르떼 TV를 통해서 발표되었습니다. abc 순서대로 하나씩 키워드를 부여하고, 키워드에 맞는 질문들을 순서대로 해나갑니다. 소개해 드리는 대목은 D 항목이고요, 영어로 desire, 욕망에 해당합니다. 《안티 오이디푸스》가 1972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대략 16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죠. 그 사이에 《천 개의 고원》이 1980년에 출간되었고요. 1988년에 이 인터뷰를 했으니까,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이고요. 1993년에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과타리와 더프랑스어 마지막으로 쓰게 되고, 95년에 죽습니다. 그러니까 죽기 약 7년 전쯤에 내린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티 오이디푸스》에 대해서 파르네가 질문을 합니다. “이 책 《안티 오이디푸스》는 오늘날에도 효력이 있는가?” 들뢰즈의 답변이 재밌는데요. “네, 아름다운 책이다.” 그 까닭은, 들뢰즈 본인의 생각에, 무의식에 대해 이런 식으로 착상한 유일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요점을 열거합니다. 첫 번째, “무의식의 다양체”, 즉 무의식이 단일한 어떤 것이 아니라 다양체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세계 망상으로서의 망상”을 착상하고 있습니다. 가족 망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주적 망상, 인종들 그리고 부족들, 이런 거에 대한 망상. 세 번째는 “기계와 공장으로서의 무의식”. 무의식은 극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세 가지 요점과 관련해서는 바꿀 게 하나도 없다.” 들뢰즈의 생각에 이건 아주 절대적으로 여전히 새로운데, 왜냐면 정신분석 전부가 다시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내 희망에, 내가 믿기로는, 아마도 앞으로 다시 발견될 책이다.” 들뢰즈는 기도하는 자세로 손을 모아서 올립니다. “우리는 이 책이 다시 발견되기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시대에 대한 절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의 요점은 세 가지입니다. 무의식에 관해 세 가지 새로운 착상을 했다. 그다음 여전히 오늘날도 유효한데, 그런 점에서 다시 발견되어야 하는 책이지만, 아무도 그 일을 하고 있지 않다. 내가, 저 김재인이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들뢰즈가 어떻게 평가하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사실, 1988~89년이면, 소련과 동구권 위기와 관련이 됩니다. 그리고 1991년에 소련이 무너졌지요. 이런 시점하고도 연관 지을 수 있죠. 이 인터뷰를 보면 들뢰즈가 살고 있는 시대를 여러 가지로 표현합니다. 사막의 시대, 빈곤의 시대라고 표현합니다. 그런 시대에 여전히 필요한 작업 중의 하나가 《안티 오이디푸스》라는 책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들뢰즈가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원서의 표지 그림이 예쁩니다. 책에는 흑백으로 나와 있는데, 믿기 힘드시겠지만, 컬러사진을 내가 어렵게 구해서 제 홈페이지에 올려놨는데, 위키피디아에서 제 소스를 가져가서 올려놨더라고요. 위키피디아의 아래쪽 출처 보시면, 제 홈페이지가 딱 보입니다. 리처드 리드너(Richard Lindner)가 그린 ‘Boy with Machine’이라는 그림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들뢰즈·과타리의 표현으로는, 부풀어 오른 아이가 거대한 기계들과 연결된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들뢰즈에 대해서는 많이 아실 거고요. 펠릭스 과타리(Félix Guattari), 자세히 보면 펠릭스 과타리(feliks ɡwataʁi)라고 표현되어 있고, 이게 실제 발음입니다. ‘과테말라’ 할 때의 그 ‘과’입니다. 다른 발음들은 잘못 소개된 표현입니다. ‘가따리’도 아니고 ‘과따리’도 아닙니다. 증거를 대자면, 내가 들뢰즈-과타리 국제 학회에서 과타리의 친구를 만났어요. ‘과타리’라고 부르는 거예요. 더 이상의 증명은 필요 없죠. 거의 모든 프랑스어권, 영어권 학자들은 과타리라고 부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표기해 주셨으면 싶어요. 내가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과타리에 대해서는 차차 소개하겠습니다.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신분석은 별로 재미가 없어서, 정신분석을 비판하는 2장은 생략했습니다. 1장은 ‘욕망 기계’입니다. 아주 압축적입니다. 그다음 3장 ‘원시, 야만, 문명’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데, 사회이론입니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성립되었냐, 이 과정을 분석합니다. 4장은 ‘분열-분석 입문’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1장을 3강, 3장을 4강, 4장을 5강을 할애해서 핵심적인 부분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강의 방법은 그냥 읽는 게 초반에 특히 필요할 거 같습니다. 특히 1장을 읽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난해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암호 같아서, 몇 페이지 보다가 포기하는 이유가 바로 1장 때입니다. 그렇다고 뒤로 바로 넘어가서 읽으려면, 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1장은 가능하면, 특히 초반에 개념들이 나오는 부분들은 꼼꼼하게 읽어가면서 살펴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프랑스어 원서에는 장의 제목만 있고 절 제목 및 절 밑의 작은 제목 구분이 없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목차에는 절 제목과 작은 제목 구분이 있습니다. 번역 출간되는 책에서는 본문에 절 제목과 작은 제목을 넣어서 이해를 돕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인용은 원서의 쪽수로 합니다. 번역본에도 원서의 쪽수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연구자나 조금 깊게 보고 싶은 사람은 원문과 비교하면서 대비할 수 있도록 나름 배려해 보려고 했습니다.

One thought on “[연재] 《안티 오이디푸스》 강의 001

  1. 이 강의는 2014년 9월 16일 ~ 2015년 2월 10일에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진행한 것(총 21회)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강의 대본은 직접 번역한 《안티 오이디푸스》(민음사)입니다. 책을 곁에 두고 한 줄씩 따라가며 보면 좋습니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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