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함과 창의성의 관계

엉뚱함과 창의성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흔히 우리는 ‘엉뚱한 것’에서 ‘창의적인 것’이 나오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세상의 고정관념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이 더 엉뚱하고 더 창의적이며, 성장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창의력을 죽인다고 말하곤 한다. 또한 이른바 영재교육은 엉뚱한 발상을 권장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엉뚱함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엉뚱함은 통상적인 것, 상식적인 것, 정상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것이어야 한다는 ‘새로움(novelty, originality)’의 조건을 만족시킨다. 따라서 엉뚱한 것은 창의적인 것의 후보로 적합하다. 물론 여기에 사회의 긍정적 평가가 덧붙어야겠지만.

그런데 엉뚱한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기존의 것에 해박해야 그로부터 벗어난 엉뚱함이 착상 가능해진다. 자신은 엉뚱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있는 것이 부지기수니까. 따라서 진정 엉뚱하려면 박학에 가까운 자료 조사가 선행해야 한다. 즉,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이의 엉뚱함은 치기에 불과하다. 그것은 어른이 짐작(기대)하는 아이의 경험 수준에서 조금 특이한 짓을 했다는 어른 눈높이에서 바라본 대견함이다.

그렇다면 그 어떤 인간보다 더한 박학에 기초하고 있는 chatGPT의 엉뚱함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다. 첫째, 우리가 chatGPT에서 기대하는 것은 엉뚱함이 아니라 정확함이라는 점이다. 정확하게 원자료를 찾고, 정확하게 요약하고, 정확하게 비교하는 등의 작업이 우리가 기대하는 대목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는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놀이의 관점에서 엉뚱함을 바라볼 수 있다. 우스갯소리를 잘 지어내는 chatGPT의 산출물을 보여 이렇게 웃기기도 하다며 돌려보곤 한다. 그렇지만 이런 즐김이 얼마나 갈까? 조만간 사람들이 시큰둥해질 것이 뻔하다. 사람들은 곧 조금 더 ‘진지한 즐거움’(?)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단상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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