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수들의 ‘목구멍 포도청’ 마인드와 관련해

알파고 때도 그랬지만, 챗GPT 출현 이후에도 같은 소리가 들린다. 인공지능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한국 사회 대부분의 논의에서 그렇듯, 이번에도 묻지 않은 질문이 있다. 인공지능 교육이란 무엇인가?정의가 분명하지 않으면, 논의는 산으로 바다로 가고,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인공지능 교육은 1) 인공지능을 만드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인가?2) 인공지능을 포함해 프로그램을 짜는 교육, 즉 코딩 교육인가? 아니면 3)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논리, 즉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교육인가?4)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능력, 즉 인공지능-디지털 문해력(literacy) 교육인가?5) 인공지능-디지털 문해력에 보태, 인공지능을 잘 사용할 줄 알게 해주는 인공지능 활용법 교육인가?(또 뭐가 가능할까?)

나는 교육이 여러 층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1)에서 6)까지 다 필요한 사람도 있다. 물론 극소수일 것이다. 왜냐하면 1)과 2)는 특출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난이도를 따진다면, 1)에서 6)의 순서로 쉬워진다. 일반인이 컴퓨터공학자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는 아마 6)에서 거꾸로 몇 단계의 교육으로도 너끈하다. 왜냐하면 1)에서 6)까지의 등급은 단계별로 똑부러지게 구분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6)에는 1)에서 5)까지의 단계가 조금씩 비율을 달리하며 들어가 있다.

한국 사회 담론에서 특이한 건, 인공지능 교육이 ‘인공지능 만드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금세 치환되는 현상이다. 아니,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왜 그걸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모든 제품 생산에서와 마찬가지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면 충분하고, 그걸 양산하는 또 다른 능력(여기에는 기계의 도움이 필수다)이 덧붙여, 대부분의 사람은 ‘소비자’ 혹은 ‘이용자’로서 제품을 활용하면 되지 않는가?

무슨 뜻인가? 웹서핑을 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또 워드프로세서(아래한글, MS워드), 스프레드시트(엑셀, 구글시트), 프레젠테이션(파워포인트, 키노트), 앱(음악, 영상, 금융, 교통…)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알면 어지간한 업무는 수행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편집할 줄 알아야 하겠으나, 이 지점부터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알아가면 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라는 막연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분류, 번역, 예측, 생성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인공지능 앱’이 있지 않은가? 혹은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프로그램(SaaS)’가 있는 게 아닌가? 이걸 누구나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업무마다 직종마다 직업마다 다 다르다.

요컨대, 인공지능을 막연하게 생각할 때 ‘인공지능 교육’이라는 아주 추상적인 용어가 활개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교육해야 하는 건 앞서 말한 1)에서 6)까지의 전부가 아니라 오히려 6)에서 1)로 가는 어느 지점까지의 교육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에서라면 별달리 교육할 내용이 많지 않다. 교사는 어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고, 새로 생겨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그게 각각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각각의 사용법은 무엇이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올 때 사용법을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 알려주면 된다. 이후에는 각자 알아서 새로 배워가면 된다. 최종으로 남는 건 ‘배울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이 나온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결국 언젠가 홀로 섰을 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역량 교육, 이는 예나 지금이나 교육의 핵심이다. 학생 시절을 잘 보냈다는 건, 혼자서도 배울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그게 아니라면, 학교가 해준 일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작금의 한국 교육이 실패했다고 진단하는 건, 바로 이 역량을 길러주기는커녕 학생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시키고(문제풀이, 자격증), 교육자가 책임도 지지 않고 있어서다. 다른 데서도 꾸준히 주장하는바, 대학도 ‘무전공 입학’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전면 무전공 교육’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설계도 중요하고 재정과 시설과 인력 지원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교수들의 전공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하는데, 난 지금으로서는 마지막 단계가 불가능하다도 본다. 교수들의 목구멍 포도청 마인드를 극복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보다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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