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intelligence)이란 일반 지능(general intelligence)이다. 들뢰즈는 이렇게 말한다. “베르그손은 지능이란 문제 일반을 정립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잘 보여 준다(본능은 오히려 답을 찾는 능력이리라).”(《베르그손주의》, p. 11) 베르그손은 《창조적 진화》(1907)에서 동물의 두 능력, 즉 본능과 지능에 대해 다양하게 분석한다. 지능은 동물의 능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점에서 지능은 곧 일반 지능이다.
그렇다면 특수 지능(specific intelligence)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반) 지능을 인위적으로 구획한 것이다. 동물 그리고 인간의 지능은 다양한 일(domains and tasks)에 걸쳐 있다. 가령 인간은 밥도 짓고, 길도 찾고, 바둑도 두고, 번역도 하고, 요약도 한다. 이처럼 두루두루 하는 능력인 지능을 각각의 일로 분할하여 특정한 것이 특수 지능이다. 그렇기에 특수 지능은 인위적(artificial)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공적으로 일반 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 위의 정의에 따르면, 이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혹은, 다만 비유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뿐이다. 베르그손과 들뢰즈의 노선에 서면, 문제를 느끼고 파악하고 정립하고 정의하는 능력이 지능이다. 그것은 문제 해결에 선행한다. 스스로 문제를 문제로 정립해야만 풀어야 할 문제가 비로소 성립한다. 내가 자주 소개하는 Russell과 Norvig의 도식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스스로 문제를 정립할 능력이 없다.
물론 지능이 동물에서 유래한다고 해서 꼭 동물만의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인공적으로 일반 지능을 구현한다고 할 때, 최소한 정의부터 제대로 하면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의 인공일반지능(AGI) 논의에서 결여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AGI주의자는 일반 지능이 무엇인지부터 답해야 할 터인데, 내가 아는 한에서는 정교한 답이 없다. 아니면 비유적으로만 답하고 있다. 잘해야, 여러 영역과 업무를 오간다(across a variety of domains and tasks)는 정도의 의미로 일반 지능을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그림에 소개한 연구자들의 입장이 AGI주의자의 입장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더 낫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는 ‘풀이’의 관점에 서 있다는 점이 AGI주의자의 약점이라고 본다. 풀기 전에 풀어야 할 것이 먼저 있어야 한다. 만일 러셀과 노빅의 도식에서 보듯, ‘수행 기준’이 에이전트(인공지능) 외부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여전히 시키는 대로 잘 수행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니체의 용어로 하면, 주인이 아니라 노예다.
나는 문제가 문제라는 걸 알아채고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 지능이라고 본다(베르그손과 들뢰즈의 입장과 같음). 그렇지 못한 인간도 많다는 흔한 반론은 접어두기로 하자. 서로 다른 것을 문제라고 느끼는 것일 뿐,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없다.
내가 인간 우월주의나 인간 중심주의에 있다고 말하지 않기 바란다. 나는 특징을 찾아내어 비교하고 있다. 또한, 인간 지능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지 않기 바란다. 나는 지능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서 출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표준을 상정한다고 지적하지 않기 바란다. 표준은 정치 조건에 따라 늘 변하기 마련이다. 내가 인간이라고 할 때는 그런 모든 변주들의 합집합을 가리킨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