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언어 능력은 진화의 산물이다. 앙드레 르루아구랑(참고: 들뢰즈와 과타리의 철학에서 앙드레 르루아구랑의 ‘손놀림과 말’의 역할)은 직립 보행으로 인해 두개골이 바로 서게 되고, 그로 인해 뇌 용량이 커질 공간이 확보된 동시에 후두가 개방되었으며, 동시에 앞발이 해방되어 손이 됨으로써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커진 뇌로 인해 추상 능력과 기호 능력이 생겼고, 이것이 언어의 기원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원시 언어는 점차 분절되고 정교화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왜 필요했을까? 동료들 간의 협업과 관련되었을 것이다. 즉, 언어의 발생은 공동체의 구성과 결속에 도움이 되었고, 언어가 존재하는 자리는 개인 안이 아니라 개인 사이였다.
이처럼 최초의 언어는 자연어인 구어였다. 말하고 듣는 데서 성립하는 언어다. 이것은 타고난 자연적인 능력이다. 이것이 언어의 첫 번째 양상이며, 언어학자가 집중하는 대상이다.
이제 자연어의 인공어 버전이 만들어진다. 문자가 그것이다. 문자는 구어의 외부화다. 본래는 시각 처리를 위해 사용되었던 뇌 영역(사물, 얼굴, 건물 등을 인지하는 영역이 서로 달랐음) 중 일부가 문자 인식에 전용되었다(스타니슬라스 드앤 참조) . 하지만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은 유전적 수준에 각인된 것은 아니기에 후천적인 노력과 교육이 필수적이었으며, 6~12세 사이에만 뇌의 저 영역을 발달시킬 수 있다(다른 시기에는 훨씬 어렵다는 의미). 이 능력을 문자력(literacy)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인공어가 있다. 대표적인 인공어는 수학이지만, 예술 기호도 거기에 포함할 수 있다. 수학의 변형과 확장으로 자연과학(물리학, 생명과학, 뇌과학 등), 기술, 디지털을 꼽을 수 있다. 내가 확장된 언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공어이다. 대체로 언어학자들은 이를 언어로 여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 역시 인간이 발명한 위대한 언어다. 다만 유전자에 새겨진 능력은 아니기 때문에 문자와 마찬가지로 노력과 교육이 있어야만 각인되는 능력이다.
요약하면, 언어에는 자연어와 인공어가 있고, 문자는 그 중간에 위치한다. 문자는 인간의 발명품이며, 그 점에서 인공어와 같은 위상에 있다. 나는 자연어와 인공어의 능력을 아울러 ‘언어력’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또한 독특한 위상을 가진 문자에 관련해서는 ‘문자력’이라고 별도의 명칭이 부여되었으니, 이 점은 충분히 존중하면서 거기에 고유한 용법을 할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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