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창의성’ 연구 유감

곧 탈고할 책(사실은 1월에 썼는데, 출판일이 초겨울로 정해지면서, 다시 손보고 있음)의 초고를 다 쓴 뒤에 나온 장재윤, 《창의성의 심리학》(아카넷, 2024)을 참고 삼아 보는 중이다. 1부 창의성의 기초(1장. 창의성의 정의, 유형, 신화, 2장. 창의성 역사 및 연구방법, 3장. 창의성 이론, 4장. 창의성 평가)까지 읽었다. 1045쪽이나 되는 엄청난 두께에 글씨도 작다.

다 읽어봐야 더 분명해지겠지만, 이 방대한 책은 몇 가지 특징을 뚜렷이 보여주며, 내가 접근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다르다.

1. 이론들을 소개할 때 보면 개념을 정의할 때 철학에서와 같은 엄밀함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과학적이라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대부분 미국의 이론이 주를 이루는데, 미국 학문의 특징인 얄팍함이 눈에 띈다(거슬린다). 가령 예술(사)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무척 얕다. 예술을 뭐 신비주의의 일종인 양 취급하는 경향이 크다.

1. 창의성은 과거에 예술과 과학에서, 최근에 교육과 비즈니스에서 주목된다. 창의성 연구가 1990년대 이후 활발해진 까닭은 비즈니스 수요 덕인데, 결국은 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혹은 창의적인 개인을 길러내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1. ‘심리학’의 접근이어서 그런지, 사회와 역사와 환경과 맥락을 강조한다고 할 때도 결국은 ‘개인’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이 이러저런 조건을 갖추어야, 혹은 이러저런 노력을 해야, 혹은 개인을 이렇게저렇게 도와줘야, 바로 그 개인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담론 구조다.

1. 내가 전부터 주요하게 참고했던 칙센트미하이는 역시 발군이다. 헝가리계 미국인이어서 그런가? 프론티어 정신을 잃어버리고 제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유형의 성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세상을 파괴하는 걸 무릅쓰고라도 돈 많이 벌 수 있는 창의성이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보탤 얘기가 발견되면 다른 글로 이어 쓰고, 아님 여기까지.)

1. 창의성의 측정과 평가가 왜 필요한 걸까? 누가 얼마나 더 창의적인지 평가한후 그를 써먹기 위해서(가령 기업에서)? 미리 발굴해서 교육하려고(하지만 어떻게)? 교육 효과를 측정하고, 교육 방법의 개선하기 위해? 그러나 창의성의 본질(스피노자 식의 발생적 정의)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거기에 이르는 길이 아직 없다면? 요컨대 창의성을 교육할 방법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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