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신경과학 (3) : 커플, 사회적으로 분산된 인지 시스템

두 사람이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았다면, 기억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나이든 커플(꼭 혼인한 부부에 한정할 필요는 없음)의 기억은 개인 혼자일 때와 어떻게 다를까? 이 주제에 대한 아래의 인지과학 논문은 우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이 논문은 네 편의 실험 논문을 검토하면서 ‘사회적으로 분산된 인지 시스템’, 즉 ‘공유 기억’ 혹은 ‘분산 기억’의 존재를 주장한다. 두 사람은 이른바 공통의 뇌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은 의사소통 과정, 관계의 친밀감, 사회적 만족에 따라 달라진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셀리아 B. 해리스 외 (2014), “사회적으로 분산된 인지 시스템으로서의 커플: 일상의 사회적·물질적 맥락에서 기억하기”

원문: Celia B Harris, Amanda J Barnier, John Sutton and Paul G Keil (2014), Couples as socially distributed cognitive systems: Remembering in everyday social and material contexts, Memory Studies, 7(3), 285-297. DOI: 10.1177/1750698014530619

 

초록: “일상 생활에서 기억하기(remembering)는 사회적 맥락에서 이루어지며, 많은 분과로부터 도출된 이론은 공유된 기억하기(shared remembering; 이하 ‘공유 기억’)의 인지적·사회적 혜택을 예측한다. 최근의 논쟁은 인지가 개인들 및 물질적 자원뿐 아니라 개인 집단들에 걸쳐 분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우리는 기억이 집단에서 공유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기 위해 분산 인지 렌즈(lens of distributed cognition)를 채택한 성숙한 경험적 연구 프로그램의 증거를 검토한다. 우리는 네 가지 연구를 가로질러 친밀한 커플의 공유 기억을 조사했다. 우리는 이들의 간단한 기억 과제에 대한 협업과 공유된 과거 경험에 대한 대화를 연구했다. 또한 우리는 커플이 물질 자원과 대인 자원을 조정하는 복잡한 방식을 조사하기 위해 일상의 기억 보상 전략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우리는 공유 기억의 비용과 혜택, 공유 기억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의 특징과 기억 과제의 특징, 공유 기억의 인지· 대인 기능, 사회 자원과 물질 자원 간의 상호 작용 등의 견지에서 연구를 논의한다. 더 넓게 보면, 이 학제 간 연구 프로그램은 경험적 심리학 연구가 분산 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학제 간 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시한다.”

 

‘분산 인지(distributed cognition)’란 무엇인가? ‘환경의 일부가 올바른 방식으로 뇌에 짝지어지면(coupled) 마음의 일부가 된다'(Chalmers, 2008: 1)는 견해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올바른 방식’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 ‘1. 리소스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전형적으로 소환될 수 있어야 하며… 2. 이렇게 인출된 모든 정보가 거의 자동으로 보증되어야 하고… 3. 리소스에 담긴 정보는 필요할 때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Clark, 2010: 6-7) (p. 286)

인지 과제를 내부 및 외부 자원에 분산하는 세 가지 양립 가능한 가능성이 있다. “첫째, 인지적 분산은 배를 조종하는 것과 같이 개인 혼자는 완수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Hutchins, 1995). 둘째, 인지적 분산은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든, 또는 더 효율적으로, 또는 적어도 혼자 할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결과를 낳으며 과제를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인지적 분산은 개인의 인지 자원이 감소하거나 실패하더라도 (혼자 수행하던) 일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게 해준다.”(p. 286)

이제 ‘사회적으로 분산된 인지(socially distributed cognition)’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분산 인지가 물질 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사회적으로 분산된 인지는 물질 자원과 사회 자원 모두를 포함한다. ‘기억의 사회적 공유’는 사회적으로 분산된  인지의 사례일 수 있다. 특히 친밀한 커플이 함께 기억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오래 결혼한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연구진은 4개의 사례를 문헌 검토하고, 이를 통해 여섯 가지 주제를 고찰했다. 연구 대상은 결혼 26~60년 된 60~89세의 부부 12쌍(24명의 노인), 결혼 15~62년 된 69~86세의 부부 19쌍(38명의 노인), 결혼 38~65년 된 60~88세의 부부 20쌍(40명의 노년층), 결혼 또는 동거한 지 2~19년 된 26~42세의 젊은 부부 13쌍(26명)으로, 총 64쌍에 이른다. 고찰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공유 기억의 비용과 혜택: 연구 결과 비용은 관찰되지 않았던 데 비해 두 가지 혜택이 시사되었다. “조종사처럼 커플도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숙련되고 연습되어 있을 수 있으며, 커플이 공유하는 지식의 정도는 과제 및 커플에 따라 다르지만 협업의 기반이 되는 공유된 지식과 공유된 경험을 갖고 있다.”(289)

(2) 공유 기억의 혜택은 누가, 왜 얻는지: 커플마다 협업과 기억의 상관성이 제각각인 결과를 관찰했으므로 그 원인을 추정해 보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 과정, 관계의 친밀감, 사회적 만족이 공유 기억에서 혜택을 얻는 원인으로 보인다. 가령 ‘나’라는 용어보다 ‘우리’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부부가 혜택을 얻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3) 어떤 종류의 기억이 혜택을 보이는지: 협업의 혜택은 특정 종류의 기억에만 국한되는 걸까? 특징적인 것은 협업하는 커플이 기억을 ‘에피소드화’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협업하는 커플은 특정 사건을 스쳐가듯 회상하기 시작했으며 개인 혼자 회상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로 회상했다.”(290) 여행했던 장소를 기억하는 과제는 잘 수행하지 못했지만, 그 과제에서 일탈해 여행지에서 함께 겪었던 사건을 서로 이어가며 회상했던 것이다.

(4) 성공적인 기억의 본성과 다양한 종류의 등장(emergence): 공동 회상은 더 많이 혹은 더 정확하게 기억하는 등 양적 증가를 반드시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측면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새로운 세부 사항이 등장한다. 어느 한 쪽이 혼자 회상할 수 없는 새로운 정보가 협업 중에 이용 가능해졌다. 둘째, ‘질(quality)의 등장’이 있다. 혼자 기억할 때보다 협업할 때 기억이 감정적으로 더 풍부하고 생생했다. 셋째, 새로운 이해가 등장한다. 협업 후에 과거의 같은 사건이 지금은 다르게 이해된 것이다.

(5) 사회 자원과 물질 자원의 상호작용: 연구에 따르면 목록, 노트, 일기, 달력 등 외부 자원에 의존하는 기억 전략이 대부분이었고, 의존/사회 전략은 거의 없었다. 흥미롭게도 성별에 따라 전략의 차이가 관찰되었는데, 여성이 외부 기억 자원을  유지, 업데이트, 점검하는 데 반해 남성은 여성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더 많았다. 하지만 사회 자원과 물질 자원은 서로 상호작용하고 조정되기 때문에 따로따로 물어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6) 분산 인지 및 기억 보상: 친밀한 부부는 인지 수행 면에서 상호 의존적일 수 있다. 또한 배우자와의 협업이 노화와 관련된 인지 기능 저하의 영향을 보완할 수 있다.

 

 

Comments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