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행사에서 진행한 좌담의 Q&A입니다. 미리 준비한 답변으로, 현장의 답변과는 약간 다르지만, 필요한 분께 도움이 될까 해서 올립니다. 논의된 다른 주제도 많지만, 제가 답변한 부분만 올립니다.
‘영화 창작’의 갈림길
Part 1. AI가 영화 창작에 미치는 영향
Q. AI의 발전은 영화계에 [00]이다. 이유까지
진보. 최근에 AI라고 하면 ‘생성’ AI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AI는 굉장히 다양한 기능을 아우른다. AI를 작업에 필요한 ‘앱’들 혹은 ‘프로그램’들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대목에서 활용한다면, 영화 작업에 필요한 다양한 일을 대신해서 시간, 인력,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미 크로마키 촬영, 편집, CG 등에 필수가 되었다. 훌륭한 생산성 도구다.
Q. AI가 영화 창작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창작자들이 자본에 제약을 받지 않고 영화 영상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이점 등)
기술의 발전은 모든 창작자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했다. AI를 ‘생성’ 도구로 쓰려고 하기보다, 촬영, 편집, CG 등을 위한 생산성 향상 도구로 이해하면 좋다. AI로 할 수 있는 몫과 인간이 할 수 있는 몫의 구별이 더 분명해진다. 창의적인 부분, 즉 아이디어, 스토리, 주제의식, 재미, 미술, 음악 등의 요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Part 2. AI와 인간 창작자 간의 협업 사례
Q. 인간과 AI가 협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근본적인 인식의 괴리 극복 등)
AI는 진행 중인 기술이다.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AI라는 덩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AI들이 있고, 그 각각은 ‘앱’이나 ‘프로그램’ 형태를 띤다. 협업은 ‘도구’ 활용이란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어떤 도구가 있으며, 어떤 도움이 될지 아는 것이 먼저다. 또한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미리 몸으로 체득하고 있어야, AI를 쓸 지점들이 더 분명해진다.
Part 3. AI가 창의성에 도전일까, 위협일까
Q. AI는 영화산업에 자원일까? 위협일까? 예술의 본질이 변화될까? 의견에 따른 설명까지 (AI의 발전이 예술가에게 영감과 가능성을 제공 등)
AI는 훌륭한 생산성 증강 도구다. 나는 AI가 영감과 가능성을 주는 측면보다, 인간이 발현한 영감과 가능성을 증강해주는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전통적인 인문예술 역량을 기르고 인간과 관객을 이해하는 것이 한편에, AI와 기술에 대한 파악과 활용이 다른 한편에 있다. 예술은 인간의 영역이고, 기술은 예술 창작을 돕는 도구나. 전보다 더 인간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시대와 조건이 바뀌면 인간도 ‘조금은’ 바뀌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에는 도전일까? 위협일까?
AI를 의인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을 닮은 AI가 등장하는 영화가 많다. 하지만 인간화된 AI는 흥미를 끄는 좋은 소재일지 몰라도, 과학적으로는 순전한 허구다. SCIENCE Fiction이 아니라 Science FICTION이다. 창의성은 작가가 발현해서 관객이 호응하는 인간적 특성이다. 도구인 AI는 창의성과 무관하다.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Q. AI와 인간 창작자가 공존할 방법은? 대결 관점과 협업 관점의 의견 (인간의 스토리텔링을 유지·보장될 수 있는 방법)
어떤 스토리가 흥미로운지를 ‘음미’하고 ‘평가’하는 것은 인간이다. AI가 후보작이나 초안을 생성한다 해도, 그 스스로는 무작위로 생산물을 내놓는 것에 불과하다. 스토리텔링은 인간이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습득한 고유의 능력이다. AI가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외양이 있더라도, 그것이 좋은 스토리인지 나쁜 스토리인지는 늘 인간이 평가한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화의 미래
Part 1. AI 기술이 영화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Q. AI 장편 영화까지 등장했음. 어떻게 보는가?
AI가 ‘창작’한다는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 창작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AI 영화라고 했을 때, 어떤 것을 지칭하는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를 써서 편집했어도 AI를 쓴 것이다. SORA처럼 프롬프트로 영상 전체를 생성한 것인지, 아니면 여러 AI 도구를 써서 영화를 만든 것인지, 썼다면 어떤 장면에 어떤 도구를 썼는지 명시하지 않으면, 헛갈릴 뿐이다. AI 장편영화라고 했을 때도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콘티는 유명하다. 과연 AI가 이런 콘티를 쓸 수 있을까? 이런 콘티를 AI가 연출할 수 있을까? 예술 창작은 인간에서만 나올 수 있다. 창의적인 작품을 AI가 생성할 수 있다 해도 수백수천만 개 중 하나가 어쩌다 걸려 나올 것이기에, 이는 마치 원숭이가 타자를 쳐서 ‘햄릿’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가성비 최악인 시도가 될 것이다.
Q. 만약 AI를 이용한 관객 선호도 분석이 영화 제작에 반영된다면, 영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화의 예술성과의 균형까지
AI를 이용해 관객 선호도 분석을 하여 영화 제작에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관객이 ‘패턴 분석’ 도구인 AI로 분석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곤한하다. AI는 기껏해야 ‘평균’을 잘 잡아낼 뿐이다. 인간은, 특히 창작자는 평균에서 벗어나는 ‘의외성’, ‘예외’, ‘독특함’, ‘기발함’, ‘신기함’ 등에 민감하며 호기심과 재미를 채워준다. 과거의 트렌드가 미래의 예측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AI는 ‘패스트 팔로어’지만 인간은 ‘퍼스트 무버’다.
Part 2.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회의 창출
Q. 생성 AI가 영화 제작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영화 촬영과 편집, CG 작업을 볼 때가 있다. 극한의 작업이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한 경우가 많다. 생성 AI는 영화에 필요한 ‘몇 가지’ 작업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다. 다른 AI도 이미 많이 침투해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Q. 특히 저예산 영화, 독립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AI 기술 발전이 반가울 것 같은데? (예산 절감 덕분에 제작의 장벽을 크게 낮춤, 촬영 시간 줄어듬, 거대 메이저 회사와 경쟁하기 쉬운 구도를 만들 수 있음 등)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비용이 절감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는 AI 발전과 더불어 정보통신기술 전반의 발전에 주목하자고 주장한다. 생산도 중요하지만 유통과 소비도 중요하다. 어떻게 관객에데 가 닿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 홍보와 유통을 위한 공간에서는 대자본이 꼭 승리하란 법이 없다. AI와 동시에 이 부분에 주목하는 것이 유익하다.
Part 3. AI 발전에 따른 윤리적, 법적 과제
Q. AI가 만든 영화는 누구의 소유인가?
‘만든’이라는 말을 ‘창작한’이라고 보면 어디까지나 ‘만든 사람’ 즉 ‘창작자’의 몫이다. 생성 AI가 만들었다 해도 그 생성 AI를 활용한 인간의 몫이다. AI는 권리와 돈에 대해 모르며, 계좌에서 출금할 수도 없다. 소유권은 출금할 수 있는 인간에게 속한다.
Q. AI로 만든 영화를 작품으로 인정해야 할까?예술 본연의 가치+법적인 과제까지 (저작권, 예술성과 창작성에 대한 기준 관련)
AI를 도구로 활용할 때 ‘작품성’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다. 작가는 언제나 최신 기술을 충분히 활용해서 작품을 창작했다. 아래한글로 글을 쓴다고, 포토샵으로 그림을 보정한다고, 결과물이 다른 누군가 혹은 무엇에 소속되지는 않는다. AI가 예술성을 훼손했다면, 그건 AI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의 잘못이다.
Q. 사람과 구별이 어려운 AI 모델(연기자) 활용, 어떻게 생각?
AI를 인간의 대역으로 쓰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CG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가깝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렇듯 AI 연기자는 그걸 만든 사람의 소유다. 다만, AI 연기자가 실존 인물을 학습한 결과물임이 분명하면 안 된다. 이 경우 AI 연기자는 실존 인물의 표절일 수 있으며, 지식 소유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실존 인물이 동의하면 문제는 벌어지지 않는다.
Q. 영상, 영화 예술에 AI가 도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던데… (인류의 생존에 대한 위협, 인간의 일자리 상실의 우려 등)
앞서 계속 언급했듯, AI가 도구인 이상 도구의 사용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창작 작업에서 도구의 사용을 막을 수 있었던 적은 없다. 영상, 영화가 인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긴 하다. 하지만 AI가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인간에게 맡길 산업적 이유는 없다. 특히 저예산 독립영화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AI의 도움으로 더 적은 인력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Part 4. AI와 영화 산업 및 대한민국의 정책 마련
Q. AI가 저작권에 관한 권익 침해가 있다고 보는가? 각자의 의견은?
학습 데이터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했느냐가 관건인데, 이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이다. AI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소송 비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Q. 앞으로 마련됐으면 하는 정책은?!
원하는 창작자에게 도구 이용법을 교육했으면 한다. 인프라 장비가 고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 배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충분히 실습하면서 익힌다면, 창작 작업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더욱이 클라우드 형태로 창작자에게 저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창작의 시도가 더 활발해질 것이며, 이로 인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Q. AI 영화산업 진입을 원하는 청년들을 위한 제언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문예술 역량을 더 기르라고 부탁한다. 문학, 역사, 철학 책도 읽고, 지리나 정치도 이해하고, 물론 예술 작품도 더 많이 감상하고. 그럼으로써 인간의 변치 않는 측면과 변하는 측며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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