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3일에 작성한 글인데, 대학 개혁을 위한 참고 글로 다시 공유함]
검색할 여력이 없어 기억에 의존하자면, 386세대를 명명한 것은 조선일보였고, 한겨레가 바로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항간에 이 명칭이 잘못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이 명칭이 아주 정확하다고 본다.
3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 유력인사(주로 정치인)를 호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단 이들은 ‘소수’며 ‘엘리트’다.
먼저 수를 보자. 당해연도 기준 1980년의 대학생 수는 611천명, 1985년에는 1,366천명, 1990년에는 1,581천명에 불과했다. 이는 2005년 이후 평균인 약3,200천명의 1/3에 불과하다. 참고로 4년제 대학이라고 치면, 각 학년 대학생 수는 저 인원의 1/4이다.
다음으로 교육의 질을 보자. 당시 대학 졸업생의 학력 수준은 오늘날 대학원 석박사 졸업생의 학력 수준과 같다고 보아도 된다. 실제로 당시 대학원 졸업자는 대개 교수가 되었다.
우리는 종종 현재를 과거로 투사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사태를 교정하자면 다음과 같다. 386세대의 코어(상위 30%)를 오늘의 눈으로 풀이하면, 수와 학력 면에서 국내 대학의 석박사와 유학파 박사의 합에 근접한다(2012년 당해 기준 국내 석박사 수만 100천명에 근접, 1985년 당해 한 학년 대학생 총수는 약341천명). 물론 총인구수를 비롯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많다(1958년부터 1973년 사이 출생자 수는 평균 900천명 전후이며, 1981년부터 2000년 사이 출생자 수는 평균 650천명 전후이다).
아무튼 1980년대 대학에 다닌 386세대는 ‘소수 엘리트’였으며,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다음 세대의 주류일 수밖에 없었다. 앞 세대의 고등교육 이수자와 비교하더라도 386세대의 수와 학력은 월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1970년 대학생 총수는 192천명, 즉 1980년 대학생 총수의 1/3에 못미쳤다).
386세대를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으로 이해하는 복잡하면서도 오류인 시각과 달리, 나는 이 세대의 특성을 전례없을 정도로 학력으로 무장한 소수 엘리트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IMF 위기를 자신들의 학력을 바탕으로 ICT기술 습득과 활용으로 극복했고, 당당히 주류로 입성했다. 이들의 패권이 오래 지속되리라는 생각은 이상의 관찰에 의거한다.
덧붙임. 주의.
첫째, 386세대는 1960년대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중 학력으로 무장한 소수 엘리트를 가리킨다. 따라서 1960년대생의 70% 이상은 386세대가 아니다.
둘째, 386세대의 도덕성을 운운하는 건 부차적이다. 특정 세대가 특별히 부도덕하다는 주장은 입증이 필요한데, 실증하기 굉장히 어렵다. 현재 20대 남자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30대 이상보다 더 도덕적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셋째, 386세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학력과 성공’과 더불어 이들이 갖게 된 (그리고 아직도 갖고 있는) ‘엘리트의식’이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엘리트의식은 권력의 문제이며, 겸손한 권력 또는 성찰하는 권력을 방해한다.
넷째, 386세대는 대략 87학번까지를 지칭한다. 88학번과 87학번 간의 차이는, 다른 그 어느 두 학번 간 차이보다 클 것이다.
다섯째이자 마지막, 나는 이 점에서 386세대가 아니다. 또한 나는 사회과학 훈련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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