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다 다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에 대한 ‘표준화된 통계적 모델’을 구축한다. 연구의 어려움과 연구 비용 때문에 ‘평균 뇌’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소아신경학자 니코 도센바흐(Nico Dosenbach)에 따르면 문제는 이렇게 요약된다(크리스토퍼 캠프(Christopher Kemp), 《뇌, 가장 위대한 내비게이션》(Dark and Magical Places: The Neuroscience of Navigation, 2022), 홍경탁 역, 위즈덤하우스, 2024, 267쪽에 소개된 인터뷰를 자유롭게 발췌, 재구성했음).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갖고 있다. 얼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두 개의 눈과 눈썹, 하나의 코 등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똑같은 얼굴은 없다. 개인의 뇌에서 나온 데이터를 평균화한다는 것은 마치 1000명의 얼굴을 가져다가 뒤섞는 것과 같은 일이니다. 솔직히 말해서 만화에나 나오는 얼굴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그런 얼굴은 인간의 얼굴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만일 외계인에게 그 얼굴을 보여주면서 ‘이와 비슷한 얼굴을 찾아보라’라고 말한다면, 실제 사람이 아니라 만화의 등장인물을 찾아올 것이다. 얼굴과 마찬가지로, 집단의 뇌는 만화에서나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뇌와 비슷하지만, 하나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다루지 않는다.”(강조는 인용자)
인간의 얼굴처럼 인간의 뇌가 다 다르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표준 뇌는 서로 다른 뇌의 ‘교집합’ 혹은 ‘공통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를 집단 뇌로 이해하면 상황은 반전된다. 집단 뇌는 서로 다른 뇌의 ‘합집합’ 혹은 ‘변경(邊境)’이다. 즉, 가장 특이한(여기에는 최악의 극한과 최상의 극한이 포함된다) 뇌도 집합의 원소로 포함된다는 뜻이다.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의 뇌는 비정상적 뇌다. 니체나 고흐의 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이 아니었다면 누릴 수 없었을 새롭고 가치 있는 성취는 인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을 형성한다. 종 모양의 정규분포의 산마루 언저리에 있는 뇌는 표준 뇌에 해당하지만, 좌우 양 끝은 특이한 뇌다. 사실 어떤 뇌가 표준 뇌고 어떤 뇌가 특이한 뇌인지는 사전에 알 수 없다. 어떤 뇌가 인류의 자산을 채굴하고 사냥하는지, 어떤 뇌가 그것을 재생산하고 전승하는지는 미리 알 수 없다.
표준 뇌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 한다. 표준 뇌를 ‘평범한 뇌’ 그래서 아무런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는 뇌라고 폄하하면 안 된다. 표준 뇌는 협업을 통해 유산을 재생산하고 전수한다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표준 뇌도 특이한 뇌의 성취를 수용하고 공유할 만큼의 능력은 있다. 더욱이 특이한 뇌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특이하게 성취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한 영역에서 특이한 성취를 이루더라도 다른 많은 영역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이한 뇌도 표준 뇌의 뒷받침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 간혹 특이한 뇌가 ‘모난 돌아 정 맞는’ 식으로 배척 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특이한 뇌는 표준 뇌라는 보호막 혹은 안전판의 도움을 받는다. 결국 개인의 뇌로는 충분치 않으며, 인류의 뇌라는 집단 뇌를 통해 인간을 파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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